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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

[고양신문] <87년생 신지혜> 80일, 내 몸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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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생 신지혜] 80일, 내 몸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 - 고양신문

[고양신문] 중학교 성교육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강의하는 대신 영상을 틀어줬다. 영상은 45분 수업시간을 꽉 채우지 못할 정도로 길진 않았다. 아직도 그 내용이 생생하다. 흔히 낙태라고 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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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중학교 성교육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강의하는 대신 영상을 틀어줬다. 영상은 45분 수업시간을 꽉 채우지 못할 정도로 길진 않았다. 아직도 그 내용이 생생하다. 흔히 낙태라고 부르는 임신중절 수술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기억이 생생한 건 수술 장면을 보여준 탓도 있지만, 그 영상이 강조했던 메시지 탓이다. 영상은 임신중절 수술하기 싫으면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애초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하지 않기 위한 피임방법은 왜 알려주지 않는지, 그리고 임신은 쌍방의 책임인데 왜 여성에게만 순결을 강요하는지. 낙태한 여성은 처벌받는 것을 대학에 와서야 알았다. 사회경제적 이유로 기혼 여성들이 임신중절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도 알았다. 문란한 여성이 낙태를 할 것이라는 편견은 여성들이 겪는 현실을 삭제하고 있었다.

작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 갔었다. 폴리스 라인을 두고 두 세계로 나뉘어있었다. 한쪽에선 낙태죄 폐지를, 다른 쪽에선 낙태죄 유지를 외쳤다. 낙태죄를 유지하고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살인자 취급했다. 중학교 때 봤던 영상을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사진을 들고 낙태죄 폐지를 외치는 사람들을 대한민국을 망하게 할 사람들이라 저주했다. 낙태하지 않았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었으면서 낙태죄 폐지를 옹호한다며 혼을 냈다.

그 날 환호를 지른 건 낙태죄 폐지를 외쳤던 여성들이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를 헌법불일치로 판결했다. 66년 만에 드디어 임신하고 출산해야 하는 몸이 아닌 여성의 몸 그 자체를 존중하는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 믿었다.

예상은 차갑게 빗나가고 있다. 정부는 낙태죄를 역사 속으로 없애버리는 대신 그대로 두는 선택을 했다. 임신 14주 차까지만 낙태를 허용하고, 24주까지는 성범죄에 의한 임신이나 사회경제적 이유를 증명해야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정부의 안이다. 여성에게는 자기 몸에 대한 결정보다 처벌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의사에게는 진료거부권을 행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낙태죄는 66년 만에 역사 속에 사라지는 대신 더 잔인하게 부활하고 있다. 모든 여성들을 경악하게 했던 가임기 지도처럼 말이다.

전국에 가임기 여성이 몇 명이나 사는지 지도로 만들었던 가임기 지도와 낙태죄는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여성의 몸은 그 자체로서가 아닌 출산하는 몸이기 때문에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전제 말이다. 낙태한 여성에 대한 처벌은 출산을 의무로 여길 때만 가능하다. 의무를 져버리는 것은 범죄가 된다. 범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들키지 않아야 하고, 여성은 계속 위험한 선택을 강요받게 될 뿐이다.

정부가 보장해야 하는 것은 임신중절에 대한 의사의 진료거부권이 아니다. 정부는 여성의 재생산 권리, 원치 않는 임신이라면 안전한 의료행위로써 임신중절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의사에게 의료행위 임신중절에 대해 제대로 교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졌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정부는 모자보건법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중이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아직 시간이 있다. 법적으로 모자보건법을 고쳐야 하는 시한 연말까지 남은 80여 일은 여성들의 몸을 출산을 위한 도구가 아닌 여성 자신의 것이 되게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과거로의 회귀 대신 여성의 몸 자체를 존중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의료체계를 만들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출처 : 고양신문(http://www.mygo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