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지각까지 아슬아슬했다. 지하철 내려 버스로 딱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 거리. 버스 시간은 10분이 남았고, 지각을 면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한강 다리 건너 좌회전 한번 하면 되는 짧은 목적지. 택시기사의 전화가 울렸다. 핸드폰 액정에는 ‘이쁜이’라고 적혀있었다. 핸드폰으로 내비게이션 보고 가는 택시기사가 혹시나 길을 잃을까봐 마음 졸이는 사이 그가 전화를 받았다.
'이쁜이’는 그의 아내였다. 환갑을 넘어 보이는 그는 이제 집을 나섰다는 아내에게 존댓말을 썼다. 그리고 그는 가스 불을 껐는지 여러 번 물었고, 같은 대답을 듣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라고 운을 떼며, 뒷자리에 앉은 내게 말을 건넸다.
“치매 환자는 자신이 치매라는 걸 모르지요?” 가스 불을 껐는지 여러 번 물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제 집에 있었던 아내가 가스 불을 끄지 않고 외출해서 냄비가 홀랑 타버렸고 했다. 그의 말에는 처음 경험한 일에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면서도 긴장과 걱정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에게 건넬 수 있는 조언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 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밖에 없었다.
놀라웠던 것은 내 대답에 대한 그의 반응이었다. 그는 ‘아, 그래요?’라고 되물었다. 정부에서 치매노인국가책임제를 내걸고 60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로 치매 검사를 진행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모르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아무리 정책홍보를 해도 국민에게 닿지 못한 정책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국가의 지원을 ‘아는 사람만 혜택 받는 것’으로 여기는 냉소가 떠올랐다.
코로나가 전국적 재난이 되면서 지난 3월 전국을 시끄럽게 논쟁했던 사안도 떠올랐다. 코로나 여파로 고용위기, 소비절벽 등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경제위기가 생기면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난지원금으로 이름을 확정하면서 생긴 논쟁은 재난지원금을 소득하위 70% 국민에게 지급하느냐 혹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느냐 논쟁이 불붙었다. 불났는데 선별하다가 초가삼간 다 태울 순 없다는 기조로 최초로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5월에 세대주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의 사용기한은 8월까지였다. 재난지원금 사용까지 끝난 뒤 국정감사를 앞두고 재난지원금에 대한 여러 자료가 발표됐다. 그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무려 58만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정부정책에 동의하지 않아서, 혹은 자신에게 지급될 재난지원금이 더 필요한 국민에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복지전달의 사각지대를 분석하기 위해서라도 전수조사가 필요한데 58만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못한 것인지 혹은 안 한 것인지조차 여전히 파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58만 가구 중 10대 이하 세대주는 2만 가구였다. 재난지원금을 지급받은 10대 이하 세대주가 4만 가구임을 감안할 때, 10대 이하 전체 세대주의 3분의 1이 재난지원금 없이 코로나 위기를 폭우 속 우산도 없이 경험했다는 것이다.
재난과 질병은 가장 약한 틈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쁜이’처럼 국가 정책을 몰라서 지원받지 못한 사각지대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출처 : 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6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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