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도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오징어게임", 저도 얼마전 정주행을 마쳤는데요. 자신을 오징어게임의 말에 빗대었던 곽상도 의원 아들 곽씨의 말이 가진 모순과 오징어게임이 시사하고 있는 공정사회에 대한 질문을 짚었습니다.
“나는 오징어 게임 속 말일뿐.”
6년 일하고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국회의원 아들 곽씨의 말이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대장동 게이트’에 연관된 ‘화천대유’에서 일했다.
상식 범위의 퇴직금을 받거나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는 1년 미만 고용계약을 해봤던 국민에게 ‘50억 원’은 개발 이익을 소수가 독점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일 뿐이었다. 오히려 곽씨는 부동산 개발에 촘촘히 엮인 권력 카르텔의 일부일 뿐이고, 50억 원 퇴직금은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일 뿐이라 억울하다며 인기리에 방영된 ‘오징어 게임’을 들먹였다.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아껴두고 싶었던 작품 시청을 미룰 수가 없었다. 소위 ‘노이즈 마케팅’에 당한 것만 같았다. 드라마 시청을 끝내니 곽씨는 자신의 위치를 한참이나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
드라마 속 게임의 룰은 간단하다. 총 6개의 게임에 참여해서 이기면 살아남고, 패자는 죽는다. 패자가 1명 죽을 때마다 1억 원의 상금이 적립되고, 상금은 총 456억 원이다. 게임 참여자 외에 패자를 죽이는 등 게임 진행 요원이 있고, 이들 사이에도 세 개의 계급이 있다. 게임이 마지막으로 치달을 즈음 거액을 내고 게임을 관람하는 VIP가 등장한다. 이 중 곽씨의 자리는 어디인가?
게임 참여자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곽씨는 아버지 소개로 퇴직금 50억 원을 주는 직장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을 가졌지만, 드라마 속 참여자들은 빚 등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거나 기댈 이 하나 없는 이들이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반자발적으로 참여했을 뿐이었다. 이미 모두 설계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일만 열심히 했다는 그의 주장은 거액을 후원하면서 게임을 관람하는 VIP는 못되더라도 게임 진행 요원으로서의 ‘말’이라는 말인가. 진행요원들 중에는 일과 시간이 끝난 뒤 이익을 얻기 위해 패자들의 신체를 훼손하는 이들이 있었다. 곽씨의 주장은 결국, 부동산 개발 이익을 독점한 권력 카르텔의 일부였다는 자기 고백에 불과하다.
곽씨의 주장이 안타까운 것은 자신을 해명하느라 ‘오징어 게임’이 시사하는 점, 결국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올 질문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게임은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다. 자발적으로 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노인은 쉽게 배제된다. 게임에서 이길 가능성이 작아 죽음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다. 게임 참여자 중 장애인은 한 명도 없다.
어떤 핸디캡 없이 모두가 게임에 참여해 상금을 받을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 게임은 공정하다고 말한다. 이는 자신의 배경 등으로 인해 출발할 기회조차 얹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공정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정 사회에 관한 과도한 환상은 이기기 위해서 남을 속이거나 죽이고 누군가를 배제해야 하는 잔혹 사회로 되돌아올지 모른다는 경고를 드라마는 보여준다.
게임은 참여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탈출이 가능하다. 지옥을 벗어날 참여자끼리의 연대를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차별받지도 벼랑 끝에 내몰리지도 않고 함께 살아갈 방안은 무엇인지 묻는 것이 곽씨가 보지 못한 ‘오징어 게임’이 시사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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