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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하루

160601 생명의 리본을 나누다.

20대 국회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연이 엄마와 준영이 엄마가 화정으로 오셔서 함께 서명운동을 하고 가셨어요. 매주 수요일, 고양시세월호실천모임 활동시간에 맞춰서 말이지요.

오늘 진행했던 서명은, 세월호특별법대로 진행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특조위 활동기간은 정해져있지만, 활동시작시기에 대해 특조위와 정부가 기준으로 두고 있는 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법이 만들어진 때릉 기준으로 하고, 해경 등은 조사에 협조적이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이제 곧 인양을 앞두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의 해석대로라면 인양을 한 세월호를 조사조차 할 수 없게 되거든요.

하지만 특조위 활동시작의 기준을, 실제로 예산이 배정되고 조사가 시작된 시기를 기준으로 둔다면, 인양한 세월호를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애매하고 모호한 부분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개정하자는 것이 오늘 서명운동의 내용이었어요.

서명을 해주신 분들께는 고양시세월호실천모임 활동하시는 언니들이 미리 만들어둔 리본과 시연이 엄마와 준영이 엄마가 가져와주신 리본 뱃지와 스티커도 나눠드렸어요.

약속한 시간까지 서명운동과 리본나눔을 진행하고 멀리까지 찾아와주신 엄마들과 식사를 함께 하러 갔어요. 특히, 제 옆자리에 앉았던 준영이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트에서 어린이옷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을 위한 활동을 하며 폐업신고를 했다고 해요. 2년 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며, 그동안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것에 부끄럽다 하셨어요. 처음엔,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진상규명을 하고 싶었고, 이제는 그것과 함께 모두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오늘 서명운동에 함께 한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얘기하셨어요.

세월호 참사 이후, 준영이 동생은 자신의 모든 행동에 '세월호 유족인데 이래도 될까?'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길가의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짧은 바지를 입을 때도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대요. 다행히 이제는 그 질문을 넘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세월호 리본도 나눠주고, 간담회에 참가할 수도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준영이는, 준영이가 태어난 생일에 바닷속에서 나올 수 있었대요. 세월호 참사 후 다시 돌아온 생일날, 준영이가 너무 보고 싶다고 삶을 포기한 친구가 있었대요. 유족도, 생존자도, 생존자의 가족도,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요.

또 다른 한 친구는, 세월호 참사로 너무 힘들어서, 삶을 포기하려고 집 베란다에 섰대요. 그런데, 어떤 자동차에 붙여진 세월호 리본을 보고, '아 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해주고 있구나' 생각하며 삶을 포기하지 않았대요. 그래서 '생명의 리본'이라고.

항상 세월호 리본을 나눠주면서, '잊지말아주세요'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리본을 보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지요. 근데 이제는 더 깊게 생각해보려구요. 어디든 세월호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은 여기서 살아가고 있고, '진상규명을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의미를 더 깊게 담으려구요. 지금도 견뎌주셔서 고맙다는 마음 속 인사와 함께요.

그리고 일년 중 딱 하루, 그 날엔 특별히 누군가를 더 기억해보려고 해요. 그날은 4월23일, 준영이의 생일이자, 준영이가 바닷속에서 나온 날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