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동 판자촌 인연공부방 지킴이 신지혜씨
지난 달 12일 서울 강남구 포이동 266 판자촌에 불이 났다. 불은 96가구 중 75가구를 태우고서야 꺼졌다. 발을 동동 구르며 타들어가는 집을 지켜보던 동네 아이들이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온 누군가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신지혜(25) 포이동 '인연공부방' 팀장이었다. '인연공부방'은 2005년 겨울 빈민 운동 활동을 하던 대학생들이 일상적 연대를 고민하면서 만들어졌다. 미취학 아동부터 고교생까지 13명이 공부하는 공간이다.출처 :화재로 75가구 잿더미, 하지만 떠날 수도 없다 - 오마이뉴스
화재 이후 한 달. 포이동에서 만난 신씨는 주민들의 임시 거처인 마을회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아이들 속옷 사이즈를 조사하는 일부터 자는 곳을 마련하는 일까지 당장 할 일이 많아지면서 아예 들어와 살게 됐다.
신씨는 2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다. 갑작스럽게 삶의 터전을 잃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엄마' 역할을 하기에는 젊은 나이다. 2007년부터 자원봉사 단체인 평화캠프에서 장애아동 교육 봉사, 중증장애인 목욕 보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다 지난 1월부터는 아예 '봉사'를 본격적인 '업'으로 삼게 됐다.
이런 선택을 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졸업 전에는 휴학 후 학원 강사 일을 하며 남들 같은 직장 생활을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봉사활동을 하는 것만큼 본인이 원하는 일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부모님은 '왜 고생을 사서 하나. 남들처럼 취직해서 평범하게 살라'며 걱정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신씨의 결심을 꺾지는 못했다. 특별한 성장환경도 이에 한몫했다. 지체장애인인 고모와 부대꼈던 기억은 그가 약자들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어렸을 때 고모랑 다니면서 타인의 시선만으로도 얼마나 상처를 입을 수 있는지 알았어요." 화재 현장에 도착해 제일 먼저 아이들 얼굴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한 것도 이런 경험 때문이었다.
잿더미로 변한 판자촌에서 신씨는 여전히 희망을 보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자발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고, 모금 계좌에는 이미 900만 원 정도가 모였다. "작은 힘도 모이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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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10712211717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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