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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

[시사IN] 포이동 판자촌에 '기적의 책' 들어온 날

포이동 판자촌에 ‘기적의 책’ 들어온 날

시사INLive|고재열 기자
입력 11.08.22. 16:08 (수정 11.08.22. 16:08)

 

8월12일 새벽, 서울 강남구 포이동 재건마을을 돕는 자원활동가로부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주민이 세운 가건물을 용역업체 직원이 부수고 있다는 것이었다. 포이동 재건마을은 30여 년 전 정부와 서울시가 철거민을 강제 이주시켜 조성된 판자촌이다. 두 달 전인 6월12일 화재가 발생해 전체 96가구 중 75가구가 피해를 보았다.

타워팰리스가 있는 양재천 건너편에 위치한 포이동 재건마을은 서울의 금싸라기 땅이다. 화재 이후 강남구청은 재건마을 주민들에게 임대주택에 이주하게 해주겠다며 공유지를 수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임대주택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뿐더러 주민 대부분이 재건마을 옆에 달린 재활용센터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곳이 철거되면 생계 대책이 없어진다며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김제동씨가 서울 포이동 재건마을 공부방(위)을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구청이 용역을 동원해 주민들이 어렵게 세운 가건물을 부순 것이었다. 그 건물은 주민들이 할아버지·할머니를 위한 경로당 용도로 지은 것이었다. 다행히 주민들의 만류로 옆에 있는 청소년 공부방은 해를 입지 않았다. 이날 오후 이 공부방에 '기적의 책꽂이'를 통해 모은 책 1054권이 기증되었다.

기증된 것은 책만이 아니었다. 김제동씨의 후원금으로 구입한 '김제동 책꽂이'와 트위터 이용자들이 기증한 책상과 의자 여섯 벌, 컴퓨터 여러 대, 그리고 전자 피아노도 1대 기증되었다. 화재 피해를 본 가구의 청소년 10명을 비롯해 재건마을 청소년 13명이 앞으로 이 시설을 이용하게 된다. '기적의 책꽂이'에 모인 책이 처음 전달되던 이날, MC 김제동씨도 함께했다. 김씨는 인근 구룡마을에서 수해복구 작업에 참여한 후 책 전달 소식을 듣고 재건마을을 찾았다.

소설가 조정래, 유홍준 교수도 참여

이날 기증된 책은 8월8일 오후 재건마을 청소년들이 서울밝은세상안과 책정거장을 찾아와서 고른 것이었다. 다섯 명이 와서 각자 200여 권씩 자신이 원하는 책을 직접 선택했다. 병원 측에서는 아이들을 위해 정밀 눈검사를 해주었다. 공부방에서 재건마을 청소년들을 지도했던 자원활동가 신지혜씨는 눈다래끼를 치료하기도 했다.

8월13일에는 강원도 양구산촌유학센터에 1000권의 책이 배달되었다. 이날 새벽 '기적의 책꽂이' 자원봉사자들이 서울밝은세상안과 책정거장에서 책을 받아 차에 싣고 양구까지 함께 날랐다. 양구군 청소년을 대상으로 독서 멘토링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아름다운 배움' 활동가들이 이 책으로 독서지도를 하게 된다.

'기적의 책꽂이' 시즌1(9월2일까지)이 종반을 향해 가면서 참여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소설가 조정래 선생은 자필 사인을 한 < 태백산맥 > < 아리랑 > < 한강 > 각 5세트 160권을 기증했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자필 사인을 한 저작들을 기증했다. 연극 < 우먼 인 블랙 > 제작진은 '기적의 책꽂이'에 책을 기증하는 사람에게 티켓 가격을 40% 할인해주기로 했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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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m.media.daum.net/m/media/society/newsview/20110822160842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