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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반년의 기다림, 이제 나머지 반쪽의 진실을 향해 가야할 때입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직권조사를 요구한 지 반 년이 지났습니다. 어제 인권위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오늘 이 결과가 있기까지 지난 반 년 동안 피해자는 일상을 회복하고 싶다는 바람에도 갖은 2차 가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오랜 시간 견뎌온 피해자와 그 곁을 지켜준 연대자들 덕분에 대한민국 성평등의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었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제 인권위 조사보고서에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 30%’에서 드러났듯 박 전 시장 비서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이후 4월 ‘비서실 직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으로 이어졌고, 그 처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은 인정됐지만, ‘산 자’들의 잘못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조차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인권위 직권조사 요청 후 더욱 극심해진 2차 가해에 대해서도 짚지 않았습니다. 특히, 피소 사실 유출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자가 조사를 거부해도 인권위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보고서의 가장 큰 한계는 박 전 시장 성희롱과 관련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자’ 중 누구에게도 책임 있는 징계를 권고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가 가리키는 건 명확합니다. ‘산 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 관련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이행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광역단체장에게 ‘성폭력 저지르지 않겠다’ 선언할 것을 권고하는 것을 넘어, 기본소득당이 일찍이 제안했듯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성폭력을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성역 없이 조사할 수 있는 독립기구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인권위와 같은 독립기구의 조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할 권한 역시 주어져야 합니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는 우리사회 성희롱 정의의 폭을 넓혔다는 의의 역시 갖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성희롱’을 바라보는 관점을 ‘성적 언동의 수위나 빈도’에서 ‘고용환경에 미치는 영향’으로, ‘거부의사 표시’ 여부가 아니라 ‘권력 관계의 문제’로, ‘친밀성의 정도’가 아니라 ‘공적 영역’인지 여부로, ‘피해자/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나 위계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저 역시 서울시정 곳곳에, 서울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모든 시민의 삶에 성희롱의 정의가 폭넓게 인식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서울시장 후보로서 서울시정에서 성폭력을 일소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서울시 전 공공부문에서 성폭력 전수조사와 자체감사를 시행해 폭넓은 성희롱의 정의를 적용하겠습니다. 사적 업무 및 의전을 완전히 폐지하고, 사적 업무에 관해 강력한 업무거부권을 보장하겠습니다. 성폭력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서울시 전 공공부문에서 실현해 성폭력과 단호히 싸우는 서울시를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2021년 1월 26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겸 서울시장 후보

신 지 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