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돌아가고픈 평양시민 김련희님의 안타까운 현실을 담은 다큐, <그림자꽃>
지난 월요일 ‘좋은’ 다큐멘터리 영화 <그림자꽃>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좋은’ 다큐라고 말하는 이유는,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할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지병인 간 치료차 중국에 간 평양시민 김련희씨는 치료비 벌고 돌아오면 된다는 브로커 말에 속아 한국에 왔습니다. 브로커 말처럼 쉽게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여권도 빼앗겼고, 한국에 오기 전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도 그럴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한국에 '불시착'한지 10년, 평양시민 김련희씨는 아직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다큐에서 지난 몇년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한 김련희씨의 눈물겨운 고군분투를 보다보면, 다큐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을 곱씹게 됩니다. 수많은 장면 중 제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은 '경계'였습니다.
'민족'이라는 '경계'는 얼마나 빈약한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언제나 언어와 풍습의 같은 뿌리를 강조하면서 '한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지만, 남북의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낯선 이에게 날선 혐오의 말이 난무합니다. '민족'의 '경계'에서 서로를 품을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분단된 '국가'의 '경계'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굳건한 현실을 볼 수 있습니다. 평양에 있는 김련희씨 가족의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국적이 아닌 외국인이라면 북한을 여행할 수 있고, 다른 외국과 달리 분단국가인 한국에게만 유독 단단한 벽이 있는 아픈 현실입니다.
평양시민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 이들에게 받은 질문에 답변하고,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 목소리 높인 것의 응답은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 위반이란 명목으로 범법자가 되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국민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국인도 아니게 만들어버리는 '국가'의 '경계'는 한국에 10년 동안 발을 묶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나 남북관계 기류가 변할 때, 희망과 절망을 넘나들 수밖에 없는 평양시민 김련희님의 이야기는 정치의 역할 자체에도 질문을 던집니다.
다큐가 보여준 사연을 '안타깝다' 느끼는 것을 넘어 제가 마주한 질문을 해소할 답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고 싶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너무 소박해서 더 가슴아픈 그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경계'에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많은 분들이 고향에 돌아갈 수 없어 향도, 색도 잃어가고 있는 한 사람의 사연을 담은 <그림자꽃>을 봐주시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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