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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하루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에이즈가 아니라 약이 비싸서 죽는다”

대학에 다닐 때 들었던 인권교육에서 알게 된 말입니다. 이 말을 담은 사진 한 장은 에이즈에 대한 제 안의 편견이 깨지게 만들었습니다. 오늘 오전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 간담회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환자는 에이즈가 아니라 차별 때문에 죽는다라는 현실이었습니다.

질병에 걸린 국민이 있다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이용하고 질병을 예방할 책임을 국가가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질병에 대한 낙인과 처벌 때문에 제대로 검사 및 예방하고, 온전히 치료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질병을 관리하고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감염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인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질병에 접근하는 관점으로 국민 건강과 공중보건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오늘 HIV/AIDS 인권활동가네트워크와의 간담회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의 제19(전파매개행위의 금지) 및 제25(벌칙)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2008년에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의 개정이 이뤄지면서 익명 검사가 도입되고 고용차별 금지 등이 명시되긴 했지만, 낙인과 차별의 기반이 되고 있는 조항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2019년에 한 명의 부장판사가 이 조항을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제청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공론화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낙태죄가 임신중절을 선택한 여성을 처벌하기 위해 악용되었던 것처럼, 이 조항 역시 감염인을 처벌하기 위해 악용되고 있습니다. 어떤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지 알 수 없고, 치료받아서 전파의 위험이 없는 감염인과 인식되지 못한 감염인과의 차이도 반영하지 못해 조항의 한계가 많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를 위해 형사처벌하겠다는 방식을 탈피해야 공중보건을 지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감염인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넘어 감염인의 인권을 지키며 공중보건 증진을 위한 방안에 대해 제대로 논의를 해야 할 때입니다. 세계 에이즈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날 하루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을 넘어 감염인이 경험하는 차별을 걷어낼 방안을 정치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