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어지기 전에 써야할 것 같은 마음에지난 토요일이었던 1월 20일, 친구가 출연한 영화 <피의 연대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생리’가 주제이고 ‘생리’의 이야기만 하는 영화, 사실 생리를 하는 여성으로서도 처음 알게 된 정보들이 많아서 유익하기도 했고, 비슷한 경험에 공감이 되기도 때론 안타깝기도 했고, 아는 이들의 얼굴이 보여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는 항상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기분에
저의 생리이야기를 해보자면, 생리를 처음 알게 된 건 초등학교 3학년. 학교에서 여자어린이만 시청각실에 불러 성교육을 했었는데 그때의 주제가 바로 ‘생리’와 ‘2차 성징’이었습니다. 강사가 챙겨온 생리대를 보고, ‘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 잠을 자고 일어나 화장실에 갔는데 팬티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했던 순간, 아침식사를 만들고 있던 엄마에게 다가가 ‘엄마, 피가 나왔다.’라고 말했고, 엄마는 호들갑 없이 차분하게 저를 방으로 데려가 찬찬히 생리대를 쓰는 법을 알려주며 이제 몸을 조심해야한다는 말을 한 기억이 납니다. 그때엔 생리를 하면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때라 ‘임신을 조심해야 하는건가 보다’ 정도 불편함없이 그 말을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하루이틀 정도의 생리통은 늘 있었고, 약을 먹으며 따뜻한 곳에 배와 허리를 ‘지지고’ 있어야 덜 아픈 나날들을 거의 20년째 보내왔습니다. 그런데 ‘생리대’ 이외의 다른 생리품이 있다는 건 거의 대학에 와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수학여행을 앞두고 생리를 늦추기 위해서 피임약을 먹던 친구들은 있었지만, ‘탐폰’을 주제로 이야기을 해본 기억은 크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학교에선 ‘교양있게’ 생리대를 버리라는 반복된 교육에 집중했습니다.
부끄럽게도, 생리를 한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때에 처음 산부인과에서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았습니다. 검사를 받다가 ‘질염’을 진단받았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생리할 때마다 너무 가렵고, 가끔씩 생리중이 아닌데도 악 소리나도록 밑이 빠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던 것이 다 그것때문인가 싶었습니다. 주변에 계신 많은 분들이 ‘면연력’ 그리고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 말씀하셨지만, 왠지 ‘유해한 생리대’가 큰 영향일거란 의심이 없어지질 않았습니다.
진단을 받은 그날, 면생리대를 주문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2017년 12월 생리하기 직전 면생리대가 도착했습니다. 생리시작해서 끝날때까지 필요한 생리대 갯수만큼 면생리대가 필요하다는 조언들을 봤지만, 평소의 저의 생활습관으로 볼 때 면생리대를 잘 쓸 수 있는지를 시험해보자는 취지가 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오버나이트 2개, 중형 5개, 소형 5개를 주문했고, 세제와 면생리대 보관할 통까지 구입을 했더니 가격은 거의 7-8만원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세제와 빨래를 위한 용품 등까지 필요하니 거의 10만원 정도의 초기투자가 필요했습니다.
딱 두달(그러니까 두번) 정도 쓰고 난 후, <피의 연대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면생리대 이야기를 하자면, 생리통은 여전히 있어요.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생리기간에 외박을 하게 될 일들이 있었는데 그땐 생리대를 안가져갈수가 없더라구요. 여전히 면생리대와 섞어쓰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생리통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큰 차이점이 있다면, 생리대를 쓸 때처럼 생리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어요. (정말 생리대가 얼마나 유해한지...) 그리고 무엇보다 부드러워서 좋구요. 저의 혈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게 되었단 변화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진짜 귀찮은 건 사실이에요. 피를 충분히 뺀 후에 물에 세제를 풀어놓은 통에 면생리대를 놔둬야하는데 피가 잘 빠지도록 ‘찬물’로 해야한다고 해서 잘 따르는 중입니다. 피를 뺀 후에는 빨랫비누로 빨아서 또 물에 적셔놓고 물을 갈고 또 빨고... 손시리게 헹궈서 짜 널어야하는 시스템. 많이 고됩니다.
그래도 이 귀찮음이 조금은 더 내 몸을 위한단 생각에 아직은 하고 있어요. 그리고 <피의 연대기>를 보고서 조금 용기를 얻었습니다. 지금은 면생리대+생리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면생리대+생리컵으로 조합을 바꾸는 것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경험이 좋으면 무진장 주변에 추천을 하려고 합니다.
함께 봐서 좋았던 영화, 유익했던 영화, 그리고 주변에 ‘생리’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하게 했던 영화. <피의 연대기>로 우리 피흘릴수밖에 없는 자매애를 잠깐이나마 느껴보는 것을 어떨지 :) 적극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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