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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성인과 함께 하는 나들이 보조 자원활동, ‘세상길들이기’

발달장애성인과 함께 하는 나들이 보조 자원활동, ‘세상길들이기’

평화캠프 고양지부 사무처장 신지혜

2014년 5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공포되고 2015년 11월 21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발달장애인’이라는 단어는 생소하다. “저는 발달장애성인과 함께 하는 자원활동을 하고 있어요.”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번에 이해하기보다 “혹시 발달장애인이라면 몸이 불편한 분들이 아닌 분들 맞죠?”라고 되물어볼 때가 많다.

위 법령에 따른 발달장애인의 정의에 대해서 살펴보자.

「장애인복지법」 제2조 제1항의 장애인으로서 다음 각 목의 장애인을 말한다.

가. 지적장애인: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여 자신의 일을 처리하는 것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

나. 자폐성장애인: 소아기 자폐증, 비전형적 자폐증에 따른 언어·신체표현·자기조절·사회적응 기능 및 능력의 장애로 인하여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

다. 그 밖에 통상적인 발달이 나타나지 아니하거나 크게 지연되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즉, 발달장애인이란 어떤 사람의 나이에 기대되는 발달의 과정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을 뜻한다. 그렇기에 발달장애인은 자기표현을 포함한 의사소통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조용히 해야 한다. 내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등의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정해진 약속 등을 이해하고 지켜나가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회의 약속들을 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연습해야하는 발달장애인에게는 비장애인과의 만남이 절실하다. 당신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나를 꼬집으면 내가 아프다고, 당신이 기분이 좋아서 소리 지르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여긴 지하철이니 조용히 해야 한다고 옆에서 찬찬히 일러주는 비장애인이 곁에 있어야 한다. 꾸준히 이런 사회의 약속을 경험한 발달장애인은 서서히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발달장애인 곁에서 조곤조곤 당신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일러준 비장애인 자원활동가는 소통의 힘을 배운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우리가 장애인의 기준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다려 준다면 누구나 변화할 수 있다는 이해의 힘도 배운다.

 

평화캠프는 서로를 이해하며 배우기 위해서 자원활동을 하는 단체다. 더불어 자원활동을 통해 만난 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가족, 장애인의 일상을 보고 들으며 ‘함께 사는 세상’을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단체다. 고양시에서는 2014년 가을부터 ‘발달장애성인과 함께 하는 나들이 - 세상길들이기’라는 자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비장애인을 만나기 더욱 어려워지는 발달장애성인과 한 달에 한 번 등산을 함께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도시락을 먹고 쓰레기를 직접 치우고,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산을 오르며 인연을 맺는다. 발달장애성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시민들의 시선을 받으며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위치와 그 가족들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너무 착한 일을 한다.’라며 건네는 시민의 격려가 때론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짧게 스쳐지나갈 수밖에 없는 시민의 격려에 ‘함께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라는 충분한 설명을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에는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 활동을 했지만 2015년에는 고양누리길을 걷는 활동을 하고 있다. 더 많은 고양시민에게 발달장애인이 고양시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지금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교육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분리되어 있기에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만난 기회가 많이 없다. 지난 20여 년간의 노력으로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의 경우 지하철역 안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건물의 불필요한 턱을 없애는 등 사회의 많은 면들이 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게 남아있는 이유는 발달장애의 경우 한 사람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기 때문이며,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를 가진 내 아이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게 소원이다.”라는 영화 속 대사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현실을 더 많은 고양시민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에 우리는 고양누리길을 걷는다.

평화캠프 고양지부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더욱 확장하기 위하여, 그리고 그 가족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자원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만날 예정이다. 또한, 끊임없이 자원활동가들과 장애인의 삶에 대해 고민하며 더 나은 사회를 꿈꾸고자 한다. 앞으로 ‘세상길들이기’라고 적혀있는 명찰을 하고, 등산하기 좋은 복장을 한 무리를 지나가다 보신다면, 과감하게 응원의 말을 전해주시라. ‘비장애인 중심이 아닌 장애인을 기준으로 한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세상길들이기 파이팅’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