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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신지혜의 OOO] 정치하는 ‘어른’은 왜 ‘사과’하지 않을까?

[신지혜의 OOO] 정치하는 ‘어른’은 왜 ‘사과’하지 않을까?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도 몰랐는데,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대요.” 민주당 인재영입1호로 정치를 시작한 최혜영 교수를 ‘칭찬’하려는 의도 속에 나온 말이었습니다. 이해찬 대표는 ‘의도는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상처가 되었다면 미안하다.’라고 전하며, 문제 영상은 삭제되었습니다.


이때다 싶었던 자유한국당 박용찬 대변인은 바로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장애인 비하 표현을 여러 차례 했던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라는 이 논평의 제일 마지막 문단은 이렇습니다. “그리고 이 대표에게 분명히 말씀드린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 이 대표의 발언만큼이나 이 논평도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몇 시간 뒤 논평의 제일 마지막 부분만 삭제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과를 받은 적이 없죠. 어쩌면 그는, 마지막 문단은 이 대표에게 한 말이기에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근거 없이 ‘OOO은 이렇다더라’ 하는 말이나 생각을 고정관념이라 부릅니다.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나쁜 편견은 차별의 근거가 되기도 하죠. 수많은 인권운동가들이 자신이나 타인의 정체성 앞에 붙은 고정관념을 떼려고 했던 것은 그래야 차별이 없어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치하는 두 ‘어른’ 모두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이 모두 없다는 것이 이번 일로 다시 드러났습니다. 아니, 이 발언들을 보고 뜨끔한 사람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정치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차별하거나 받지 않기 위해 인권감수성이 중요하다는 것 또한 모두들 알게 되었겠지요.


또 다른 면에서 저는 정치하는 두 ‘어른’이 가지고 누리고 있는 ‘권력’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함부로 쓴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정의’내리는 힘,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거나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이가 장애인이다.’라고 함부로 뱉을 수 있는 위치나 권력을 인지해야 합니다. 또, 권력을 가진 입에서 나온 말이 고정관념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도 인지해야 합니다. 정치하는 비장애인이며 남성인 두 ‘어른’이 제대로 하는 사과에는 이런 성찰이 포함되기를 요구하고 싶습니다.


말뿐인 사과, 사과한 뒤에도 반복되는 잘못을 하는 모습은 기성정치의 모습을 쏙 빼닮았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성정치를 이끌어 온 ‘어른’을 그래서 믿지 못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한 드라마에서 ‘어른으로서 미안합니다.’라는 사과를 받고 ‘이상한 어른’이라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는데요, 달라진 시대의 새로운 정치는 한 시민을 함부로 정의할 수 있는 권력을 당연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위치와 권력을 인지하며, 권력을 가진 입이 누군가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인권을 지키는 데 쓰여야 합니다. 그런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2020.01.16.

기본소득당 신지혜

*[신지혜의 OOO]의 이름을 붙여주세요. 논평 쓰고 싶은 사안에 대한 논평답지 않은 글로 제 주장이나 고민을 담아보려 해요. 아주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는 취지보단 제게 더 편한 정치말하기 방식이라 시도해보려 합니다. 총선 D-90일인 오늘부터 시작하려 하는데, 막상 코너 명이 떠오르지 않네요. (코너 명을 굳이 붙이는 건 다른 코너도 있다는 이야기겠지요?^^;;) 이 코너의 이름을 무엇이라 붙이면 좋을지 지혜를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