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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20 건설기술연구원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만남, 그리고 백남기 어르신의 쾌유를 빌다

15.11.20 건설기술연구원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만남, 그리고 백남기 어르신의 쾌유를 빌다

 

1. 건설기술연구원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만남

 

어제(11.19) 갑자기 연락을 받았다.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고. 오늘 의도치 않게 오후 일정이 취소되는 바람에 급하게 할 일들만 끝내고 부랴부랴 건설기술연구원에 찾아가서 천막농성 중인 건설기술연구원 비정규분회장을 만났다.

 

그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 7년째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다. 건설기술연구원에는 34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시설관리, 전기관리 그리고 미화 업무 등을 하며 일하고 있다. 이들 중 누군가는 10년 이상 일한 사람도 있고 일을 시작한지 한 두 달 정도 된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매 3년마다 용역회사가 바뀌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주 5일 동안 새벽 4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고서 받았던 월급은 딱 최저임금.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 대화동에 있는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와 안동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월급이 14만원에서 19만원까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을 시작함과 동시에 새벽 4시 반부터 시작했던 업무를 오전 6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바꾸고 점심시간을 포함해서 하루 9시간 일하고 있다고 한다.

 

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이 대화동에 터를 잡고 난 후, 새로운 건물들이 계속해서 들어섰지만 그 건물을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은 더 뽑지 않아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노동강도는 날로 세지기만 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이지만 이 시설을 관리하고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용역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안동과 고양시 대화동에 있는 노동자들의 월급을 다르게 지급하는 것에 대해 시정하라고 건기연에 요구했지만, 그들은 사용자가 아니니 용역업체와 이야기하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에 묵묵부답하고 있다.

 

천막농성을 시작한지 4일째, 이들의 요구는 아주 간단하고도 소박하다. 안동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대화동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같은 용역업체 소속이니 14만원에서 최대 19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월급을 올려 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같은 월급을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지급해야 할 시중노임단가보다 현저히 낮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지만, 그마저도 바라지 않으니 같은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월급을 받게 해달라는 것.

 

10년 째 최저임금을 받고 살면서 삶이 전혀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정부는 최저임금을 3년마다 한 번씩 정하자는 물가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고, 지금의 최저임금에서 더 낮아질 것이 뻔히 보이는 노동개악을 하자고 밀어붙이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다.

 

2. 백남기 어르신의 쾌유를 빌다.

 

백남기 어르신이 경찰의 무자비한 물대포에 의해 쓰러지신 토요일, 그 다음날부터 백남기 어르신의 쾌유를 비는 촛불문화제 서울대학교 병원 앞에서 매일 저녁 7시에 열리고 있다. 도무지 저녁에 일정들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던 찰나, 드디어 다른 일정을 조절해서 서울대학교 병원 앞으로 갈 수 있었다.

 

혜화역부터 잔잔하게 흐르는 차분한 공기, 혜화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걸어 나오니 백남기어르신의 쾌유를 비는, 박근혜 정권의 과잉진압에 대해 규탄하는 피켓들이 보였다. 어르신의 인생을 듣고, 쾌유를 비는 노래를 듣고, 백남기 어르신 막내딸과 중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이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쾌유를 비는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다녀간 길, 구로당협의 두 당원들도 만나고 오니 더욱 든든해졌다.

 

토요일, 백남기 어르신과 함께 대학을 다닌 동문들이 12시부터 중앙대학교 앞에서 모여 행진을 시작한다. 그리고 오후 5,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살인정권을 규탄하는 집회가 또 열린다. 토요일 일정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 어르신의 쾌유를 빌며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