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주거권’ 의미를 일깨워 준
포이동 재건마을 화재 10주기가 된 날,
오세훈 시장님께 말씀드립니다.
81년에 전두환 정권이 국민을 강제이주 시켜 만든 마을이 포이동 재건마을(지금 행정동은 개포동)입니다. 물도, 전기도 없는 땅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삶터로 직접 일구니 사람이 점점 늘었습니다.
재건마을은 강남 개발에 밀려난 이들까지 품은 곳이 되어 재건마을 탄생 30년이 되는 해, 마을에 큰 화재가 났습니다. 96가구 중 75가구가 전소된 큰 화재였습니다.
당시 재건마을 주민들은 주거권을 위해 싸우고 있었습니다. 독재정권이 국민을 강제이주 시켰던 역사와 주민들의 인권유린한 역사를 지우고, 재건마을 주민들이 양재천 주변 서울시유지를 ‘불법점유’했다며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토지변상금’을 족쇄처럼 부과했기 때문입니다.
주거권을 위해 싸운지 8년, 재건마을 역사 30년 만에 덮친 큰 화재를 이겨내기 위해 주민들은 또다시 임시로 살아갈 집을 직접 짓고, 강남구청이 고용한 용역깡패와도 맞서야 했습니다. 언제까지 ‘임시’로 살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서울시와 강남구청과 대화창구를 만들어 재건마을 주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임시’의 벽과 토지변상금의 족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2018년 국토부에서 재건마을 부지에 ‘신혼희망타운’을 지어 내년인 2022년부터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재건마을 주민과의 대화도 없었습니다.
다시, 서울시와 대화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재건마을은 제게 독재정권의 도시개발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한 곳이고, 나무판자로 따닥따닥 붙어있는 집들이 아닌 ‘최저주거기준’ 이상의 ‘집 다운 집’의 필요를 절감하게 해 준 곳입니다. 또, 이웃을 서로 돌보는 ‘주거공동체’에 대해 상상하게 해 준 곳이며, 국유지와 시유지를 활용한 주거대책을 고민하며 ‘주거권’에 대해 인식하게 해 준 곳입니다.
재건마을을 향한 애정을 담아 오세훈 시장께 말씀드립니다.
화재가 났을 당시 제가 운영을 담당했던 재건마을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학생으로 만났던 모든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되었습니다. 재건마을이 최초로 만들어진지 40년, 화재가 난지 10년. 이제는, 재건마을 주민의 주거권 보장 미래를 실현해나가야 할 시간입니다.
화재 나기 전, 재건마을 주민과 만난 적 있는 오세훈 시장이 이를 실현할 권한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재건마을 화재 10주기를 맞아 오세훈 시장이 재건마을 주민과의 대화에 나서주시길 바랍니다.
2021년 6월 12일
재건마을 화재 10주기를 맞아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 지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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