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오늘하루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사회장"에 조문을 드리고 왔습니다.

도미노처럼 연일 죽음의 소식이 들려오는 여름입니다. 오늘 가난과 장애를 이유로 감염병 위기와 기후재난 속에서 소리 없이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는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사회장"에 조문을 드리고 왔습니다.

감염병과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모두에게 닥쳤지만, 가난한 사람들과 장애인들에게는 더욱 더 잔인한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8일,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해두고 두 달째 결과를 기다리기만 하다가 차안에서 죽음을 맞은 한 시민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가난을 증명하기 위한 까다로운 심사과정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 사우나와 차량을 전전하며 숙식을 해결해오던 그를 폭염 속 차 안에서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심화된 불평등은 취약계층의 삶에 더 넓고 깊은 타격을 남겼습니다. 코로나 19 직후 시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청도 대남병원의 장애인들의 집단 감염부터 작년 겨울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발달장애인 아들이 거리에서 생활해왔던 방배동 모자의 비극까지, 감염병 위기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삶을 가장 잔인하게 무너뜨렸던 순간들을 우리는 숱하게 마주해오고 있습니다.

매년 폭염과 폭우 등 기후재난이 쪽방촌을 비롯한 열악한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길 위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노숙인의 삶을 위협한다는 것을 한 계절 잠깐 주목하는 사이 죽음에 닿은 생명의 숫자는 늘고 있습니다.

이 쓸쓸하고 차별적인 죽음을 없애나갈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사명입니다. 말로만 불평등 해소를 약속하면서 오로지 국민 삶의 변화 없는 ‘경제대국’ 목표에만 매몰되어 낙인찍고 죽음에 이르게까지 만드는 선별 권력을 놓지 못하는 기만을 멈춰야만 합니다.

오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그 여느 때보다 정치의 책임을 무겁게 통감합니다. 감염병과 기후위기의 원인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면,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불평등한 재난상황을 없애는 것 역시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것입니다.

재난의 시대 정치의 역할은 기후불평등을 없앨 사회전환을 이뤄내는 것임을 기억하겠습니다. 또, 가난과 장애를 굴욕적으로 증명해야만 사회안전망에 닿을 수 있는 복지 시스템 역시 수정이 필요합니다. 우리사회 공유부를 기본소득으로 배당받을 권리를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만들어 모두의 존엄한 삶을 위한 소득바닥 위에 복지가 촘촘히 쌓여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더불어 마지막까지 소외되고 고립된 채 죽음을 맞았던 이들의 삶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많은 분들의 노력에 감사를 전합니다. 강요된 죽음을 멈추는 길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