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인 신지혜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2] 정치적인 학교가 어때서?

2020.02.09. 정치적인 학교가 어때서?

“자자, 소리 잘 들리죠? 왼쪽 사설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왼쪽 신문사는....”

고3이 되고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교실스피커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수능과 논술준비에 도움 되라고 두 신문사 사설을 비교해 읽는 시간이 생겼다. 0교시가 폐지됐지만 고3이라 수능시작시간에 맞춰 등교하는 연습을 하자며 등교하는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0교시 수업 대신 신문을 읽고, 전교생이 함께 사설을 비교하며 읽기 시작했다.

“자, 같은 주제인데도 두 사설 입장이 다르죠. 오른쪽 신문사 사설 주제는 보유세 강화인데요, 논리구조를 보면...”

고3 월요병이 흐릿해졌다. 월요일마다 어떤 주제 사설을 다룰지 궁금해서 월요일 등굣길 발걸음이 가벼웠다. 이미 이 년 넘게 매일 한겨레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있었다. 한겨레신문을 골랐던 건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나는 한자를 잘 몰랐는데 한겨레신문이 아닌 다른 신문에선 한자가 너무 많았다. 다른 신문보다 한겨레글씨체가 제일 예쁘다는 것도 그 신문을 선택한 이였다. 논술 준비한답시고 꾸준히 신문을 읽기 시작했는데, 자연스레 정치에 흥미가 생겼다.

다행히 정치에 흥미가 있는 건 나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교실 안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선생님과 함께 말이다. 대통령이 바뀌었을 때, 이라크 파병을 할 때, 2004년 대통령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 인터넷 소설로 유명해진 작가가 그 덕에 대학에 입학했을 때. 며칠 동안 뉴스를 떠들썩하게 한 소식이 있다면 어김없이 교실 안에서 화제가 됐다. 때론, 수업 듣는 거 보다 이야기 하고 싶을 때, 조용히 손을 들고 정치 질문을 했다. 교실은 자연스레 자신만의 논거를 제시하는 찬반토론의 장으로 바뀌곤 했다. 수업 대신 정치 이야기를 하는 수업이 한 달에 몇 개는 꼭 있을 정도였다.

2019년 끝자락에 선거법이 개정되었다. 며칠 전 ‘교육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아마 ‘만18세로 선거권 연령 하향’을 둘러싼 가장 큰 반대 이유는 ‘학교가 정치의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학생은 딴 것 말고 공부만’이라고 학교가 내게 말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 하는 질문을 가끔 한다. 그래도 나는 정치에서 답을 찾으려 했을까, 아니면 내 스펙을 쌓으며 능력 있는 커리어우먼 되기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어떻게 정치하게 됐냐.’라는 질문에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 환경이 떠오르곤 했다. 정치를 금기시하지 않았던 학교분위기는 내가 정치혐오를 하지 않고, 정치를 바꿔야 사회가 바뀐다는 걸 알게 해주었으니까. 정치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 생각하는 시민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른 나라처럼 30대 총리를 보고 싶다면, 학교에서부터 정치가 꼭 자리 잡아야 하는 건 아닐까.

#어느_날_정치가_찾아왔다
#신지혜의_정치에세이 #기본소득당 #만18세 #선거권연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