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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신지혜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8] 재난이 바꿔버린 일상

 

교회 앞을 방문했어야 하는 일요일 아침 시간, 오늘 나는 침대 위에 있었다. 몸을 일으켜 마스크 세 개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새벽에 일이 끝나는 바람에 어제 미처 빨지 못한 마스크를 빨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감염증 여파로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을 했어도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첫 확진환자가 나오고 40여일이 지난 뒤 내 일상에 또 다른 할 일이 추가됐다. <마스크 빨기> 일회용 마스크 쓰기를 멈추고 면마스크를 쓰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을 마스크 빠는 일로 열었다.

KF80 이상 일회용 마스크를 써야 예방효과가 높다는 것을 안다. 가격이 잔뜩 오른 채로 동이 나버린 마스크를 구매할 여력은 안 되고, 한번 쓰고 버려질 마스크 양도 만만찮았다. 면마스크가 미세먼지는 완전히 못 막아도, 내 침이 다른 이에게 튀는 걸 막아주겠지. 며칠 전 침대 밑 서랍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면마스크를 꺼내 빨아 말렸다.

다음 날 아침, 빳빳하게 마른 면마스크를 꺼내 쓰고 집을 나섰다. 빨랫비누 냄새가 코를 타고 몸속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KF94 마스크보다는 숨 쉬는 것이 편해서 좋았다. 편함은 또 다른 불안감을 갖고 오기도 했다. 숨 쉬기 편한 만큼 예방하는데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닐까 하고. 불안함이 몰려오면 생각을 고쳐먹었다. 지금은 민폐 끼치지 말자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KF80 이상 마스크가 없어서 마스크를 하지 않은 날 봤을 때 불안해할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자고 말이다. ‘안 하느니만 못하다라는 건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매일 밤, 집에 돌아오자마자 가방을 벗고 외투를 벗은 뒤 화장실로 가 마스크부터 빠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다음 날 아침을 생각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빨아야 했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보니 면마스크 하나만으로는 매일 빨아 쓰는 것이 점점 버거워졌다. 선거 준비로 매일 집에 들어오는 시간은 늦어졌고, 나가는 시간은 빨라지고 있으니 말이다. 혼자 사는 나는 빨래를 대신 부탁할 동거인도 없다.

결국, 핸드폰을 들고 쇼핑앱을 켰다. 여전히 마스크는 동났고, 면마스크를 구매해야했다. 때마침 필터만 교체한다면 면마스크도 충분히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기사들이 나기 시작했다. 필터를 계속 교체하는 마스크 가격에 필터까지 더해지니 또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갈수록 늘어가는 확진자수에 지금 쓰고 있는 까만색 면마스크 같은 것을 사는 건 또 불안했다. 천을 여러 겹 덧대서 만든 마스크가 있으려나? 검색을 시작했다.

한번 마스크를 검색하니 온갖 SNS에 마스크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때 손수 만든 작품을 파는 앱을 발견하게 됐다. 회원가입을 하고 검색창에 마스크검색하니 너무 주문량이 밀려 일주일 이상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고 하는 작업자가 많았다. 검색에 검색을 거쳐 드디어 가장 빨리 도착하는 면마스크를 주문했다. 빨고 말리는 시간을 고려해서 총 두 장을.

이틀 만에 마스크가 도착했다. 월요일부터 다시 마스크를 피부처럼 달고 다니려면 새 마스크를 빨아야지. 눈 뜨자마자 시작한 첫 일을 시작했다. ‘마스크도 못 구하는데 무슨 자동차를 사라는 거야.’ ‘소득이 적어서 생전 소득공제, 세액공제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왜 죄다 소득공제해주는 정책이래.’ ‘지금 기관들 다 문 닫고, 일 못해서 생계가 걱정인 사람은 뒷전이고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 임대료 대신 내주는 결정이나 한단 말이야? 그 돈을 자영업자들이나 일 억지로 쉬어야 하는 사람들한테는 왜 직접 안준대.’ 빨랫비누 향이 퍼져도 내 머릿속은 전혀 개운해지지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극복 종합대책이 전혀 엉뚱하게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서다. 자동차랑 고효율 가전기기보다 지금 더 필요한 게 마스크고, 당장 다음 날부터 먹을 밥값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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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여파로 삶이 달라진 분들이 참 많죠? 마스크가 내 피부의 일부가 되버린듯한 요즘입니다. 마스크 빠는 일까지 새로운 일상으로 추가되었는데요, 며칠 전 기본소득당에서 코로나 기본소득과 10일간의 휴식을 제안하고, 저는 경기페이로 코로나 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재난 기본소득청원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정부가 내놓는 생계대책이 누굴 향해야할지, 재난 속에 피해가 커지고 있는 쪽은 어디일지 우리 모두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