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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공무원 임금 삭감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안 좋은 선례를 남길 뿐입니다

<공무원 임금 삭감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안 좋은 선례를 남길 뿐입니다>

지난 21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공무원 임금 20%를 4개월간 삭감한 재원으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 제안했습니다.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도 이에 동의하는 입장을 라디오에서 밝혔습니다. 다행히 홍남기 부총리가 하위직 공무원 100만 명을 언급하며 난색을 표했지만, 관련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조정훈 의원 제안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는 이때, 누군가는 일자리가 위험해 소득하락이 극심했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소득하락을 크게 경험하지 않았으므로 국민들의 가장 큰 고통인 소득분배 차원의 제안이었을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소득하위 20% 근로소득은 18% 감소한 반면, 소득상위 20% 근로소득은 4% 감소했습니다. 저소득층의 소득여건이 더 악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사회 전반의 소득재분배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고통분담의 시작을 공무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우리사회는 ‘고통분담’이라는 말 아래 항상 노동자의 희생과 헌신을 요구했습니다. 경영자와 노동자 중 항상 고통분담의 주체는 노동자와 국민이었습니다. 공무원부터 임금 삭감해서 고통분담하자는 것은 그동안 기업이 ‘고통분담’ 하자며 구조조정하고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던 모습과 닮았습니다.

정부가 고통분담 하자며 ‘임금삭감’을 한다면, 기업에서는 이를 좋은 선례로 삼아 노동자들에게도 위협적인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 정부가 기업에게 해고하지 말고 고용유지 하라는 권고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공무원부터 시작하는 임금삭감은 보나 마나 공공부문을 넘어 모든 기업에게도 임금삭감 붐을 일으켜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 분명합니다.

소득재분배는 임금삭감을 통해서가 아니라 소득에 일정 정도 과세하고, 이를 재분배하는 정책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공무원 임금삭감해서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하자면서도 빠른 결정과 집행을 위해 고소득자에게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하자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단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삭감해서 자신보다 더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제안에 어떤 공무원이 쉽사리 동의할 수 있을까요. 이는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하자는 제안에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재난지원금을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면, 이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도 공무원을 넘어 소득을 벌고 있는 모두의 몫으로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고통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우리사회 전반의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합니다. 또다시 이와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지금과 같은 재난에서는 사회가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을 통해 최소한의 소득보장이 될 수 있는 사회로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취지에서도, 고통분담을 이유로 ‘임금삭감’하는 안, 명백히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