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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웹툰협회로부터 파시스트(?)가 된 소회


0. 지난 19일,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및 공동주최에 동의한 여러 단위가 모여 <여혐왕 기안84, 네이버웹툰은 혐오장사 중단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에 뜻을 함께 하는 네이버 이용자 1,167명의 서명을 네이버웹툰 본사에 전했습니다.



1. 지난 24일, (사)웹툰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성명서 발표 후 이틀 내내 홈피는 다운됐고, 성명서 사진은 여성신문에서 퍼왔습니다.


2. 관련 보도 중 가장 많은 내용은 작가 작품에 대한 비판은 괜찮지만, 연재중단이나 작가퇴출 요구 등은 파시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3. 성명서에 인상(?)적인 내용이 많은데요, 연재중단이나 작가퇴출 요구가 작가 작품 댓글로 달렸을 때는 의미있는 견해이지만, 기자회견이나 플랫폼 본사 항의방문, 관련법 제정 등은 위력행사이며, 이는 파시즘이라는 견해입니다. 이용자로서의 댓글은 허용하지만, 함께 모여 목소리 내는 건 파시즘이라는 놀라운(?) 주장인데요.

4. ‘아!’하며 순간 떠오른 생각은, 그동안 소수자 비하 관련 많은 논란 속에도 ‘나 혼자 산다’ 방송에 빠진 적이 없었던 기안84가 이번 논란 이후 방송녹화에 빠진 것이 기자회견 위력(?) 때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5. 대중에 노출되거나 대중에 의해 선출되거나 대중을 위해 일한다고 알려진 모든 사람은 대중의 ‘요구’를 듣습니다. 소수자 혐오를 비롯해서 문제발언한 모든 연예인, 정치인, 작가 등은 문제언동에 의해 사퇴, 퇴출, 출연중단 등 다양한 요구를 받죠. 관련 기자회견도 상시 있는 일이고요. 그런데 유독 웹툰계에만 이런 요구가 파시즘이 되는가 봅니다.

6. 그리고 정당이나 단체는 기자회견 등이 통상활동입니다만, 이를 ‘위력’으로 느낀다니 매우 신선했습니다. 심지어 이날 네이버웹툰 본사는 모두 재택근무라 아무도 요구서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던데, 뭐 저희가 억지로 경비를 뚫고 본사에 쳐들어간 것도 아니고, 아주 예의바르게 본사와 몇 번의 통화를 거쳐 안내데스크에 곱게 전해드렸습니다. 그래도 못받았다 발뺌할까봐 메일로도 발송하는 치밀함(?)을 보였지요.


7. 독재 시절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과거에 갇혀 소수자혐오 작품에 대한 중단을 파시즘이라 몰아붙이는 논리가 여전히 이해되지 않지만, ‘표현의 자유’ 뒤에 숨지말고, 혐오표현 없는 작품을 위해 노력해주시면 더 좋지 않을까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8. 특히, 문제장면은 여성이 상사와의 연애와 성관계를 이용해 취직한다는,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내용을 ‘풍자’라는 말로 퉁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점수를 일부러 낮게 주거나 점수를 조작하고(금융계), 인사결정을 하는 상사에게서 성폭력을 당해도 정규직 못될까봐 문제제기 못했던 것이 여성이 경험하는 현실입니다. 전혀 다른 현실을 비하적으로 암시해놓고 ‘풍자’라니요.

9. 무엇보다 이 성명서의 놀라운 점은, 본인들이 행하는 위력은 전혀 모른다는 것인데, 본인들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에 함께 한 ‘만화계성폭력대책위’를 노골적으로 공격합니다. 홈피가 다운되서 (사)웹툰협회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독재 얘기하시는 것보니 분명 ‘만화계성폭력대책위’ 보다 오래된 곳이겠지요. 더 많은 권위를 가진 단위가 만화계 대표성 운운하며, 말을 막는 행위를 보며 (사)웹툰협회의 표현의 자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질문이 듭니다.

9-1. 이 기자회견은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가 최초기획하고 공동주최단위를 모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화계성폭력대책위’에도 연락이 닿아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연재중단 요구 등은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가 주도적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웹툰협회는 기본소득당에 대한 공격보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에 더 분노하고 계시네요. 민망하고 대책위에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저희가 한 말에 대한 화는 저희에게 내시기 바랍니다.

10. 마지막으로 기본소득당은 젠더감수성 등을 특정한 정파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성평등을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민주주의, 새로운 정의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계약 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으로써 성평등 없는 이 시대의 민주주의는 존재할 수 없기에 젠더정치특별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저는 대표로서 계속해서 젠더정치특별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고 함께 할 것입니다.

덧 : 파시스트(?)가 되고 보니, 미뤄두고 있었던 책을 얼른 읽기 시작해야겠습니다. <파시즘과 싸운 여성들> 돌베개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