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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하루

'낙태죄' 유통기한 만료, 이제 낙태죄는 없다.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67년 만에 ‘낙태죄'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날입니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낙태죄'를 반대하는 수많은 이들이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서 목소리를 낸 결과를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반쪽자리 기쁨입니다. ‘낙태죄' 시효는 만료되지만,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조치가 단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어떠한 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을 보장해야 할 세 개의 정부 부처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그리고 법무부입니다. 세 부처 중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지난주에 장관이 교체됐고, 법무부는 바로 어제 후보자가 발표됐습니다.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 보장을 위해서는 각계 부처의 촘촘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에게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을 뿐입니다.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해 가장 세밀하게 제도를 마련해야 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낙태죄' 폐지 후 입법 과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국회의원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난 10월 7일, 보건복지부가 사실상 ‘낙태죄'를 존치하는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입장은 묻는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짚은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에 한 명의 여성으로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이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남았습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박범계 의원은 비록 국회의원 후보일 때 ‘형법 낙태의 죄 삭제'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 ‘유보' 입장을 답변했습니다만, 지난 12월 8일에 개최된 ‘낙태죄 개정을 위한 공청회' 자리에서 “주수 제한에 규범력이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가올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낙태죄를 존치하려는 세력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여성의 인권을 지키는 일 역시 검찰개혁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국민께 밝혀주시길 기대합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한 것이 2019년 4월 11일입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지난 631일 동안 지방자치단체 역시 안전한 임신중단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의료공백에 대한 어떤 조치도 하지 않으니 의사들이 먼저 ‘임신중단 의료행위 거부'를 선언하는 불상사마저 생겼습니다. 지자체 먼저 입법 공백을 메우고 여성건강을 보장할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의사들의 임신중단 의료행위 거부 사태 때문에 겁먹고 건강을 해치는 여성들이 없도록 시급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임신중단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개설해서 거주하는 곳과 가장 가까운 병원을 안내하는 조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긴급 조치를 넘어 의료접근성을 향상하고 모두가 안전한 인공임신중지권을 보장받기 위한 과제 역시 남아있습니다. 지난 12월 22일에 서울시장 후보로서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권리를 보장하는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로서 유산유도제인 미프진과 사후 피임약을 서울시내 25개 보건소에 상시 비치할 것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립니다. 나아가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여성전문 공공병원을 설립하겠습니다. 공공의료체계에서부터 여성의 재생산 권리를 보장하는 첫 번째 광역단체가 서울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검은 시위를 계속 이어와주셨던 분들과 낙태죄 폐지에 함께 목소리 내주신 분들 덕분에 여성의 임신중단이 더 이상 형법으로 처벌할 죄가 아닌 시대를 맞게 되었습니다. 다가오는 2021년에는 낙태죄의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리를 보장하는 시대를 여는 걸음에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년 12월 31일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신 지 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