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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하루

김진숙 지도위원의 질문에 이제 정부와 국회가 답을 해야 할 차례

 

 

2011년 여름, ‘희망버스’를 기억합니다. 당시 저는 화재로 집을 잃은 포이동 재건마을 주민들과 동거동락할 때라 희망버스를 타지는 못했습니다. 몇 번의 희망버스에서 친구들이 연행되고, 벌금을 받는 동안, 언제나 한진투쟁은, 그 속의 김진숙 지도위원은 제 맘 속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오늘 짧은 시간, 김진숙 지도위원을 마주했습니다. 34일동안 부산에서 청와대까지, 수많은 이들의 질문을 안고 답을 듣기 위해 걸어오신 김진숙 지도위원과 그 곁을 지키며 함께 걸어오고 생을 걸고 단식을 택했던 수많은 이들을 보았습니다.

36년 전부터 오늘까지 보이지 않는 ‘유령’ 취급당하는 사람들은 정부여당의 민주주의를 위한 ‘개혁’에 왜 포함되지 못하는 것이냐 물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국회가 34일동안 수많은 ‘유령’과 함께 걸으며 품었던 질문에 답을 할 차례입니다.

전두환 정권이 민주주의를, 노동자의 투쟁을 탄압하려고 노동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므로, 지금이라도 명예복직해야 한다는 대답말입니다.

 

2021년 2월 7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겸 서울시장후보 

신 지 혜  

*밀레니얼 세대 중에는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의 투쟁을 잘 모르는 이들도 많겠지요. 20분도 되지 않는 이 영상을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 https://youtu.be/xwsbT-ikCYg

<김진숙 지도위원 청와대 발언문 전문>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

전태일이 풀빵을 사주었던 여공들은 어디서 굳은살 배긴 손으로 침침한 눈을 비비며 아직도 미싱을 돌리고 있는가.

아니면 LG트윈타워 똥물 튄 변기를 빛나게 닦다가 짤렸는가.

아니면 인천공항의 대걸레만도 못한 하청에 하청노동자로 살다가 짤린 김계월이 됐는가.

그도 아니면 20년째 최저임금 코레일 네트웍스의 해고자가 되어 서울역 찬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는가.

노동존중 사회에서 차헌호는 김수억은 변주현은 왜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왜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부터 배워야 하며

페미니스트 정권에서 왜 여성들은 가장 먼저 짤리며 가장 많이 죽어가는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

김용균, 김태규, 정순규, 이한빛, 김동준, 홍수연은 왜 오늘도 죽어가는가.

세월호, 스텔라스테이지호는 왜 아직도 가라앉아 있으며 유가족들이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가.

이주노동자들은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얼어 죽어야 하는가.

왜 문정현 신부님은 백기완 선생님은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한 싸움을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한발 한발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온몸이 떡이 되도록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십니까.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아빠 왜 안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동지여러분,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과거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버리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게 이 나라 민주주의입니다.

먼길 함께 걸어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을 깎고 뼈를 태우며 단식 하신 동지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를 우리들.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