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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짝퉁 기본소득 더 이상 못 봐주겠습니다.‘신-나-조’ 기본소득 끝장토론 합시다.

작년에 이어 새해에도 정치권의 기본소득 토론이 한창입니다. 다가오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서울형 기본소득’ 공약이 릴레이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알맹이는 없고 기본소득이란 예쁜 껍질만 가져다 쓴 정책 일색입니다.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님은 최저생계비가 보장되지 않는 20만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선별정책을 ‘서울형 기본소득’이라 말씀하십니다. 사실 처음 나경원 후보님의 출마선언문에 기본소득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최저임금 동결과 부자 감세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스스로 우파임을 자처하는 나 후보님이 기본소득을 말씀하실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출마선언문의 신선함과 반가움은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나 후보님의 정책은 소득 심사가 깔린, 그것도 20만인지 40만인지 지급대상도 들쑥날쑥한 선별 정책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의 기본 원칙도, 구체적 실현 방안도 없는 ‘나경원표 기본소득’은 따뜻한 보수로의 변장과 경선 승리를 위한 말장난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나 후보님의 정책은 결혼하고 출산하는, 소위 ‘정상적인 청년 가족’만 지원하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심지어 그 마저도 이미 정부와 은행권이 하고 있는 대출 지원을 하나 더 얹어주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기본소득의 철학에 동의하신다면 내놓기 어려운 정책입니다. 기본소득은 당신이 누구든, 어떤 삶을 살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껍데기만으로는 절대 빈곤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도 우리 정치가 빈곤을 없애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임의로 설정된 기준, 촘촘한 심사, 자격 심사라는 모멸 뒤에 지급되는 쥐꼬리 선별은 기본소득이 아닌데다 가난을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나경원 후보님의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제대로 된 기본소득 정책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조정훈 후보님도 최근 ‘무주택자 기본소득’ 정책을 발표하셨습니다. 기본소득당과 함께 시대전환 역시 국회 안의 기본소득파인만큼 오랜만의 제대로 된 기본소득 경쟁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기본소득 법안까지 발의하신 조정훈 후보님마저 기본소득의 정의를 흔드시는 것 같아 크게 실망했습니다.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무조건성과 보편성은 어디로 갔습니까? 시민의 권리로서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기본소득의 철학은 어디에 있습니까? 주택 소유라는 자산 심사를 조건으로 거신다면 ‘무주택자 주거수당’이지 기본소득이 아니란 것 아시지 않습니까.

후보님의 정책대로 무주택자에게만 나눠주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도 낮습니다. 주택 소유가 기준이면 24억짜리 전세 사는 자칭 무주택 서민 이혜훈 전 의원 같은 부자들은 100만원을 받아도 그 전세금의 절반도 안 되는 집 가진 1세대 1주택자는 그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후보님의 의도가 어떠했던 전혀 공정하지 못한 정책입니다.

부동산 취득세 등을 재원으로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는 크게 공감합니다. 제가 이미 지난 ‘서울형 기본소득’ 정책 발표에서 말씀드렸던 정책이기도 합니다. 저도 부동산 세금과 서울공유자산 수익을 서울시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 토지 공개념을 실현하고 부동산 폭등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주택자 주거수당에 기본소득 탈을 씌워서는 실현 불가능합니다.

정치권에서 이슈몰이를 위해 기본소득을 이용하는 것을 수도 없이 지켜봐왔습니다. 그러나 흔한 기성 정치 대신 ‘새정치’를 말씀하시는 조정훈 후보님마저 그러시면 안 됩니다. 기본소득의 철학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가 시민 여러분 사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껍데기만 남은 말장난을 확장시키는 것은 서울과 경기도의 기본소득 연대는 물론 기본소득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될 뿐입니다.

그럼에도 진영 정치만 남을 뻔한 이번 보궐선거에 ‘서울형 기본소득’이란 화두를 함께 던지는 두 후보님의 진심을 저는 믿고 싶습니다. 절대 빈곤을 없애겠다는 나경원 후보님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조정훈 후보님의 목표가 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껍데기보다 알맹이를 두고 한번 제대로 토론해보자고 제안 드립니다.

재난지원금 논쟁에서부터 시작된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의가 서울시장 선거로 확산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게 기본소득인지 선별정책인지 시민 여러분의 머리만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각자의 모델과 실현 방안을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저는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기본소득 공약에 대한 진지한 토론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두 후보님 역시 당연히 준비되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서울형 기본소득’을 들고 나온 우리 세 사람이 모여 기본소득 서울을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진영 정치보다 기본소득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으로 서울 시민의 일상을 바꾸는 선거를 시작해봅시다.

2021년 2월 16일

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 신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