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침묵한 탓입니다.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
변희수 하사의 죽음에 대한 육군의 입장입니다. 변희수 하사가 강제 전역을 당할 때 정치는 그저 침묵했습니다. 정부와 여당, 그 어떤 정치인도 변희수 하사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 침묵이 변희수 하사를 강제 전역시킨 서욱 전 육군 참모총장을 대한민국의 국방부 장관으로 만들었습니다.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퀴어 퍼레이드 안 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발언하게 만들었고, 김상진 서울시의원의 소수자 차별 발언을 이끌어냈습니다. 2017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성소수자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게 만들었고, 그 답을 우리는 아직도 듣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도 침묵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2008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 된 이후 13년이 지나는 동안 차별금지법은 제정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철이면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표계산의 논리에 더욱 공공연해집니다. 때로는 대놓고 나오는 혐오 발언보다 더 나쁜 묵인과 침묵으로 혐오의 정치를 재생산합니다.
변희수 하사의 죽음과 국방부의 침묵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정치가 져야 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묵인하고 동조해왔던 우리 정치의 침묵이 우리 국민을 죽이고 있는 것을 방관해선 안됩니다.
변희수 하사를 조문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는 엄중한 과제를 안고 돌아갑니다. 노동을 포함한 삶에서도 그리고 삶의 위기와 죽음에 있어서도 구조적으로 존재 자체를 삭제하는 차별이 만연한 지금의 사회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위해 용기냈던 고인의 목소리를 기억하며 침묵의 정치를 끝내겠습니다. 우리 삶 곳곳에 성소수자가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03.04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 지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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