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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하루

변희수 하사를 함께 추모했습니다

약속을 마치고 꽃집에 들렀습니다. 변 하사를 기억하는 꽃을 안고, 어젯밤부터 가방에 챙겨 둔 <커밍아웃 스토리> 책을 읽으며 지하철을 기다렸습니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무지개 상징 가득한 지하철 안의 모습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지하철을 내려 시청광장까지 걸어가는 길, 변 하사를 기억하고 꼭 살자 마음 다잡는 이들이 광장까지 가는 길을 가득 메운 것을 보면서 참 벅찼습니다. 서로의 용기, 서로의 위로가 되고자 하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함께 추모하는 시간, 그리고 함께하는 그 시간의 힘을 소중히 생각하는 분들 덕분에 저 역시도 많은 힘을 받았습니다.

#힘을_보태어_이_변화에 #변희수_하사를_기억합니다

함께 외칠 땐 소리가 크게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 주변의 분들 역시 목이 메어 그러셨던 것 같습니다. 변 하사를 보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생전에 이루지 못한 차별을 바로 잡는 일, 꼭 살자 외치는 이들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겠습니다.

변희수 하사를 조문하고 돌아와 더 많은 시민께 성소수자도 함께 살아가자고 말씀드리고자 칼럼을 썼습니다.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또다른 동료 시민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함께 살 수 있도록 저 역시도 살아내겠습니다.

"생에는 이유를 붙이지 않지만, 죽음에는 이유를 찾는다. 10일 동안의 연이은 성소수자 죽음에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 삶의 족적을 다른 이가 모두 아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특히, 차별과 혐오가 공기처럼 만연한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가 단지 동료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나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이들 죽음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 허망하고 헛헛한 마음이 피어난 원인인 그곳을 찾아 후벼 파야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울렁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조문을 다녀오면서 나는 그들의 죽음의 원인을 정치로 꼽았다.

변희수 하사를 강제 전역시킨 서욱 전 육군 참모총장을 대한민국의 국방부 장관으로 만든 정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퀴어 퍼레이드 안 볼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게 한 ‘표 계산' 정치, 대통령 후보가 성소수자의 권리를 ‘나중에'라고 말해도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여전히 답을 듣지 못한 정치, 13년이 지나도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조차 만들지 못한 정치, 정치의 염치없음이 ‘꼭 살자' 동료 성소수자 시민에게 용기를 줬던 두 사람을 죽음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동료시민을 또 잃어 비통함에 빠진 국민이 묻고, 또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왜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냐고. 시민을 위하겠다던 정치인의 입에서 성소수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라 말했던 당신은 부끄럽지 않으냐고. 연이은 죽음에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염치의 정치를 하고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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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ms.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62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