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강간, 도촬, 몰카, 노예”, 그리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들이 섞여있는 파일 다운로드 목록이 국정 감사에서 공개되었습니다. 해당 자료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이 업무용 PC와 업무용 USB를 사용하여 다운로드 받은 파일의 이름이었습니다.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의 공무원이 업무시간에 포르노를 다운받았다는 사실이 만 천하에 드러나는 일이었습니다.
기본소득당 대표로서, 성평등을 바라는 한 국민으로서 저는 이 사건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습니다. 해당 영상의 제목들을 살펴볼 때 해당영상이 대상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된 불법촬영물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난 2021년 2월 21일, 영등포경찰서로부터 사건을 이송 받은 서울중부경찰서는 고발 건을 혐의 없음 처리했다는 통지서를 기본소득당 당 사무실로 보냈습니다. 단 한 번 진행된 고발인 조사 이후 4개월 만의 연락이었습니다. 한 차례도 어떠한 연락도 없었던 경찰이 또다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와 유리된 판결을 낸 것입니다.
서울중부경찰서는 사건에 대한 혐의없음 판정을 한 이유에 대해 영상이 “일본에서 제작된 성인 음란물로 판단” 되지만 “불법촬영물로 볼 수 없으므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위반되는 소지 및 반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또한 직무유기죄 불인정에 대해서는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 판정했기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해당 영상이 불법촬영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공무원이 업무 시간에 포르노를 다운 받은 것은 국가와 사회가 용인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영상이라 하더라도 제작하여 수입되는 포르노는 여성을 폭력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문제가 된 영상의 제목에는 ‘강간, 도촬, 몰카, 노예, 까무라치는 여자’ 등의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과연 경찰과 우리사회, 민주평통은 여성을 착취적이고 폭력적으로 묘사하는 포르노를 업무시간에 다운 받은 일이 용인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포르노를 업무 시간에 다운 받은 일도 직무의 영역이라 판정한 경찰의 황당 판결,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이와 같은 영상을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의 공무원이 업무시간에 다운받았다는 사실은 성인지 감수성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는 일이며, 명백한 직무유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성을 폭력적으로 묘사하는 포르노를 업무 시간에 다운 받은 일은 명백히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고,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국민도 공무원이 업무 시간 중에 여성 착취적인 영상물을 다운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에는 여성 국민들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민주평통에서는 해당 직원에 대해 내부적 징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해당 징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후속 조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민주평통에서도 꼭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저 신지혜는 성평등한 서울, 성평등한 대한민국을 위해 앞으로도 힘쓰겠습니다.
2021년 3월 9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 지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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