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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오세훈후보와 박영선 후보의 기본소득-안심소득 토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습니다.


오세훈후보와 박영선 후보의 기본소득-안심소득 토론,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습니다.

어제(29일), 두 번의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낮 시간대에 열린 초청외 후보자 토론회, 저녁 황금시간대에 열린 MBC초청 박영선-오세훈 후보 토론회.
두 토론회 모두에서 '기본소득'이 뜨겁고 치열한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안될 것 없잖아, 서울기본소득'을 슬로건으로 들고나온 기본소득당의 후보로서 참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제 MBC 100분토론에서 벌어진 박영선, 오세훈 후보간의 기본소득 설전은 서울시장 지지율 1,2위를 달리는 후보들의 토론이라고 보기 낯뜨거울 정도였습니다.
열띈 토론을 하긴 하셨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다 틀렸기 때문입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 어떤 입장을 갖고 토론하는 것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지만, 기본소득이 대한민국의 주요한 아젠다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는 모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박영선 후보님,
먼저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이 같은 것"이라는 후보님의 말은 틀렸습니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소득입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것인 공동의 자산에서 발생한 이윤의 일정 부분을 다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으로 되돌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박영선 후보님이 이번에 서울시장으로 출마하시면서 약속하신 '전 시민 10만원 재난위로금' 역시 '일시적'이라는 것만 빼면 기본소득과 동일합니다. 특히 서울시민 모두의 기여를 통해 만들어진 순세계잉여금을 재난의 시기 다시 모든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에서도 기본소득과 통합니다.

반면에 안심소득제(음의소득제)는 최저의 소득기준선을 정해서 그 소득기준 아래있는 가구에 부족한 소득만큼을 보전해주는 정책입니다.
안심소득제와 기본소득은 엄연히 다른 정책입니다. 기본소득의 가장 큰 특징인 '무조건성'이 안심소득제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정한 기준 이하에 있는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정책이 바로 '안심소득제'입니다. 어떻게보면 '부잣집 자제분들'과 '가난한집 어린이들'로 구분하는 오세훈 후보의 정치철학과 잘 맞는 정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두 번째, "기본소득은 재정을 투입해서 하기 시작하면 일회성으로 다 없어지는 돈, 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하셨습니다.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 자체는 정부 입장에서는 지출되고 나면 사라지는 돈입니다. 그러나 국가경제 측면에서 보면 정부로부터 각 개인에게로 이전된 소득은 다시 시장에서 돌고 돌아 경제적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박영선 후보님이 중기부 장관이시던 작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일회성으로 다 없어지는" 무의미한 돈이었습니까? 같은 논리라면 후보님이 이번 선거에서 약속하신 '전 시민 10만원 재난위로금'은 그냥 사라질 돈인데 왜 공약으로 발표하셨습니까?

그리고 기본소득을 시행하게 되면 부담이 늘어나는 시민들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기본소득으로 돌려받는 금액이 더 크기 때문에 기본소득 시행으로 인한 추가적 부담이 없습니다. 설계하는 모델마다 다르겠지만, 소득 상위 10~15%정도에 위치한 사람들은 기본소득으로 돌려받는 금액보다 세금으로 내는 금액이 더 큽니다. 정치권에서 십 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증세' 논의, '기본소득'이 증세의 한 전략으로 이야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핀란드의 실험은 '기본소득' 실험이 아니라 '실업급여' 실험이며, 기본소득 실험의 측면에서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박영선 후보님께서 어제 토론회에서 핀란드에서 '안심소득제' 실험을 했다고 하면서 기본소득과 안심소득이 같은 제도라 말씀하셨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핀란드는 '실업급여' 실험을 한 것입니다. 구직활동을 해야만 지급하던 실업급여를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과, 구직활동을 해야만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로 나눠 과연 고용일이 늘어나는지를 지켜보기 위한 실험이었습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받게되는 실업급여가 기본소득과 유사하기 때문에 '기본소득 실험'이라고 국내에 알려졌지만, 엄밀히 말하면 '실업급여'실험입니다.

이를 '기본소득 실험'이라고 본다 하더라도, '실패'했다고 단정짓긴 어렵습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도 실업급여를 받았던 사람들, 즉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연중 고용일이 6일 더 늘어났습니다. 일한다고 실업급여가 끊기는 것이 아니고 일한만큼 소득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다만 이러한 결과가 기존 실업급여를 대체할 만큼의 극적인 효과는 아니라는 것이 한국에서 언론에 보도될 때 '실패'라고 보도된 것입니다.

어제 박영선 후보님께서 토론을 하시면서 매우 답답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데이터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대 후보, 토론의 기본적 매너조차 지키지 않는 오만불손한 상대후보를 보며 보는 제가 다 답답할 지경이었으니까요. 다만 박영선 후보님,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가지고 토론에 나서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박영선 후보님과 서울형 기본소득에 대해 깊이 토론할 수있는 기회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오세훈 후보님,

서울에서 200가구를 대상으로 안심소득제 실험을 하시겠다구요.
"근로의욕이 얼마나 후퇴하는가"를 보기 위한 실험이라고 어제 토론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계속해서 말씀드리지만, 기본소득은 '노동의욕'을 떨어트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하면 일하는 만큼 수급비가 깎이는 기존의 공공부조나 아니면 노동을 통해 얼마를 벌든 특정한 소득 기준선아래로는 떨어질일이 없는 오세훈 님의 안심소득제보다 노동의욕을 더 높입니다.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안전망을 깔고 그 위에 일하면 일하는 만큼 노동소득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후보님의 '안심소득제' 실험, 구체적인 구상도 전혀 없습니다.
200가구를 어떤 통제집단과 비교할 것인지, 비교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등은 하나도 없이 그저 기본소득에 대적하기 위한 '안심소득제 실험'이라는 브랜드만 보입니다.
탄소세, 토지보유세 등 다양한 재원마련 방안이 제안되고 있고, 연간 10만원에서부터 월 30만원, 월 60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구체적인 모델들이 논의되고 있는 기본소득과는 대조적이죠.

저는 정치는 '시대를 읽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 코로나19 위기의 시대, 기후위기의 시대에서 우리가 어떤 변화들을 읽어내고, 그 변화에 어떤 대비들을 해야하는지를 논의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당은 그 대안으로서 기본소득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당입니다. 저 역시 이번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새로운 서울의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 8개월동안 정책과 공약을 준비하고 다듬어왔습니다.

정치적 비방만 일삼아왔던 국민의힘에서 오세훈 후보님처럼 자신의 정책브랜드로 승부를 보려는 시도는 매우 신선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 되어 새로운 정치문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단일화에 마지막까지 너무 많은 힘을 쏟으신 모양인지, 아직까지 오세훈 후보님이 말씀하시는 '안심소득제'가 그런 미래를 준비하는 대안으로서 진지하게 논의되기에는 구체적 제안들을 더 준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세훈 후보님,
안심소득제가 기본소득보다 재원이 훨씬 적게 들며, '기존의 복지시스템을 통폐합 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전형적인 정치인의 거짓말입니다.
정책과 제도는 한 번 시행되기 시작하면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특히 복지제도가 그렇습니다. 정치적 저항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오세훈 후보님도 '부잣집 자제분들'에게 줄 무상급식으로 '가난한 집 아이들'을 지원하는게 더 낫다는 소신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지키고 있지만, 서울시장에 당선되어 무상급식제도를 없애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으시는 것 아닙니까?

흔히 기본소득의 재원을 가지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기존에 있던 사회서비스와 복지제도들을 다 없애버리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겠습니까, 아니면 국민 75%가 이득을 보는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증세를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겠습니까?

오세훈 후보님과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로 공방이 오고가는 것이 아니라 안심소득과 기본소득 중 무엇이 대한민국과 서울의 미래가 될 것인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예정되어 있는 토론회에서 두 후보의 제대로된 기본소득에 대한 토론과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