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
올해 수능 필적확인 문구라고 합니다. 이 글귀를 써내려가며, 50만 명의 수험생이 치열하게 시험의 시간을 보냈을 겁니다. 청소년에게 유일한 길처럼 강요되는 ‘수능’이라는 벽을 넘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노력을 하셨겠지요. 수험생뿐만 아니라 곁에서 함께 이 시간을 보냈을 가족과 교직원분들도 너무나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을 ‘수험생’으로서의 시간을 ‘화이팅’이라는 말로 넘겨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제야 인사를 건넵니다.
수능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많은 교육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대학입시 관련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 불안감으로 다가오기도 했을 것입니다. 대학입시 당사자의 목소리는 삭제된 채로 숱하게 입시제도가 바뀌니, 수능을 넘어서 우리사회의 교육은 어때야 하는지 질문하는 목소리도 쉬이 묻히곤 했습니다.
‘수능 응시 – 대학 입학’의 길을 걷지 않는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넓은 하늘로의 비상’이 있을텐데, 학벌사회는 수능을 거부하거나 수능을 치르지 못하는 이들의 꿈을 쉽게 외면합니다. 학별과 학력으로 줄 세우는 것이 당연한 사회는 학벌과 학력으로 차별받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면서 말이지요.
수능이 치러지는 오늘,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오징어게임’의 가장 무서운 지점은 참여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믿게 만드는 점입니다. 참여자가 목숨을 걸고 오징어게임에 참여하도록 내몬 사회에 대한 책임을 묻히게 해선 안되겠지요. 수능을 정점으로 짜여진 ‘교육’이라는 게임판은 교육 당사자를 위하기보다는 ‘우리사회 인재상’을 만든다는 설계자에게만 맞춰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됩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설계자’로서의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밝히며 교육 체계를 돌아봐야 하는 시간입니다. 수능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을 넘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교육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본소득당 역시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누구나 꿈꿀 수 있도록, 정치권의 과제를 다 하기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021년 11월 18일 수능이 있었던 날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 지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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