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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책리뷰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통영에서도 만난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  

서울시장 후보였던 제게 후원회장으로 힘을 보태주셨던 한인정님의 책이 출판됐습니다. 휴식하면서 두 번째로 완독한 책이 되었는데요, 통영에서도 만났습니다. 알고보니, 5개의 지역출판사가 모여 ‘어딘가에는’ 시리즈를 기획했고, 그 중 제가 지난 번에 소개드린 책을 출판한 ‘남해의 봄날’이라는 출판사도 있더라구요.  


요트투어 끝나고, 남해의 봄날 출판사가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에 들렀더니, 예쁘게 전시된 어딘가에는 시리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통영에서 만난 것이 반가운 김에, 책 리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대학에서 사회학과 여성학을 공부했습니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해 알게 된 것도 대학 때였습니다. 깊게 배우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어떤 ‘인상’이 남았습니다. 7-80년대 한국에서 딸들이 고향을 떠나 공장에 취직해 형제들을 공부시키고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했듯, 일면식이 없었던 이와 결혼을 매개로 이주해온 것 역시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한 선택이었다는 인상.  

이 책은 인상을 넘어 결혼이주여성의 현실을 담담히 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인상 역시
오랜 시간 한국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의 삶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도 결혼이주여성의 인터뷰로 보여줍니다.  

‘팔려왔다’는 인식은 결혼이주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아 각종 차별을 경험하는 현실. ‘다문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만 적응하게 해 자녀와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고립되기도 하는 현실.  

정치인들은 이 현실을 바꾸겠다며 결혼이주여성에게 늘 교육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결혼이주여성 역시 한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인식 없이 시혜와 동정에 기반한 정책을 약속합니다. 결혼이주여성이 원하는 것은 그들 역시 ‘행복’을 위해 한국행을 택한 동료시민으로서 존중받는 것입니다.  

행복의 조건은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한국으로 이주해온 사람이든 비슷합니다. 일하고, 일하는 동안 아이를 보살펴주는 등 사회안전망인 복지도 제공받고, 차별받지 않고 폭력 당하지 않을 환경을 만들고, 만약 폭력을 당했다면 보호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는 결혼이주여성의 동료시민으로서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회피하고 있는 노동을 묵묵히 해오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의 고민과 차별과 폭력에서 벗어나고픈 절실한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궁금하신 분들,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 실현을 위해 애쓰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덧 :)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목소리를 책으로 담아주신 한인정님, 최고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