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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책] 세월호를 기록하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책이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일주일을 앞두고 읽어나가기 시작해 4월 18일 박근혜 정권의 민낯을 확인했던 날, 이 책을 다 읽었다.

 

세월호 관련 법정기록을 토대로 세월호 참사를 재구성한 책이라고 하기에, 딱딱할 줄로만 알았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이상한 구조를 했는데 범죄는 아니며, 부실한 업무를 진행했는데 책임은 없고, 퇴선 명령을 하긴 했는데 들은 사람은 없고, 분명 304명이 사망한 살인 사건인데 살인자는 없다고 한다."라고 유가족이 추천사를 읽어내려가며 첫 장의 '침몰'부터 당시의 순간들이 생생히 재현됐다.

'세월호의 재구성'은 1년 전 그때의 무기력함 역시 재현했고, 당시 매일 매일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해 하나씩 드러났던 것처럼 혼란스러움도, 대한민국 정부의 부정부패의 축소판이라 여겨지던 분노도 다시 되살아나게 했다. 심지어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법정기록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어떻게 형사처벌 처리 되었는지, 우리에게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형법상 6개월 안에 수많은 증거와 증언들을 종합해야 했고, 형법상 '범죄'라고 규정된 것들에 대해서만 다루는 것이기에 두 계절이 흘러가는 동안, 법정 안에서 느꼈을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무기력함과 분노 역시 말할 나위 없을 것 같다. 팽목항에서, 안산에서, 광주법원에서, 청와대 앞에서 그리고 이제는 광화문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가족, 그리고 생존자와 생존자 가족까지 점점 투사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이제껏 버텨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도 함께 든다.

 

4월 16일,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이 침몰하는 것을 온 국민이 지켜만 봐야 했던 그 슬펐던 날이 1년이 지난 날에, 정부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분향소에 분향하러 가는 길을 차벽으로 막았다. 모든 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며, 위법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시민들이 광화문 분향소에 들어서는 것을 막았다. 시청광장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10분도 안되는 거리를 180분에 걸려 광화문에 도착하게 하고, 광화문으로 가는 모든 길을 경찰차로 막아두고, 시민 얼굴에 대고 캡사이신을 뿌렸다. 어쨋든 그날의 목표는 광화문에서 분향소에 들러 헌화하는 것이었으니 사람들은 그렇게 흩어져갔다.

 

4월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전국 범국민대회를 진행했던 날, 광화문 현판 아래에 있던 유가족과 시청광장에 있었던 시민들은 행사가 시작된지 3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다. 시청광장에 있던 시민들은 광화문에 있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행사를 중단하고 유가족을 만나러 왔다.

이 날, 시청광장에서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유가족 연행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시청광장에 들르지 않고, 바로 광화문으로 갔다. "나중에 저 사람 연행해라." "호송차 준비되는 대로 바로 검거하라." 등의 경찰의 말이 난무할 때, 광화문에 있었던 사람의 수는 너무나 적었고, 연행되어가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무기력감에 계속 눈물만 났다.

나중에 광화문에 유가족을 만나러 온 시민들은 광화문 현판 바로 아래에 고립되어 있는 유가족들과 만나고자 했지만, 경찰은 무시무시한 경찰차벽과 물대포, 최루액, 캡사이신까지 동원해서 유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했다. 물대포는 처음 등장 이후 4시간 이상 물을 쏟아냈다. 유가족이 듣는 앞에서 "이제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하는 등 상식을 넘어서는 정부의 민낯을 우리는 보았다. 

 

"상식을 초월하는 이 사고에는 당연히 상식을 초월하는 어떤 거대한 '일격'이 있었을 것 같지만, 나는 재판 과정을 통해 참사의 배경에 있는 것은 촘촘하게 결합된 비걱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하고 무능한 행동들이란 사실을 알았다. ...(중략) 무리한 중개축축을 하지 않았다면, 무리한 증개축에 한국선급이 제동을 걸었더라면, 증개축 이후 한국선급이 승인한 화물 적재 기준에 따라 화물을 실었다면, 위험한 출항을 거부할 수 있도록 선원들에게 발언권이 있었거나 그들에게 용기가 좀 더 있었더라면, ...(중략) 구조 세력들이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협력하는 훈련이 되어 있었다면, 출동한 123정 해경이 더 적극적이고 판단력이 뛰어났더라면... 이 많은 '였다만'이 결합되지 않았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거나 적어도 참사가 되지는 않았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고, 바꿔야 할 사회를 [세월호를 기록하다] 책을 통해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잊을만 하면, 다시 꺼내 읽고 읽으며 잊지 말아야겠다.

이 책의 저자가  "우리, 두 번 다시 무력해지지 말자."고 얘기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