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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신연희 강남구청장에게 4년만에 다시 전해드리는 편지

신연희 강남구청장에게 4년만에 다시 전해드리는 편지

 

안녕하세요, 저는 4년 전이었던 2011 6 14일 오전에 개포4동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포이동 재건마을로 널리 알려진 곳에서 강남구청장님을 처음 마주했던 신지혜입니다.

 

2011 6 12, 포이동 재건마을의 96가구 중 75가구가 전소될 정도로 큰 화재가 났습니다. 화재가 나고 이틀 후, 강남구청장님은 마을을 방문해 처음으로 주민을 만나셨지요. 당시 저는 평화캠프 포이동 인연공부방의 코디네이터로 화재로 집을 잃은 공부방의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함께 살기로 작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남구청장님이 마을회관 1층에서 주민들과 처음 만났을 때도 함께 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것이 주민들과의 마지막 만남이었지요. 강남구청장님은 화재가 나서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을 위해서 약 일주일 동안 민간단체를 통해 급식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강남구청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전부가 될 줄은 몰랐지요. 화재가 난 다음 날은 월요일이었는데, 집을 잃은 아이들은 교복과 신발과 가방 등이 없었기에 학교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시민들이 십시일반 건네준 후원금과 후원물품으로 아이들은 다시 학교에 다시 다닐 수 있었고, 마을 주민들은 갈아입을 옷이 겨우 생겼습니다.

 

(사진 : 강남구청이 치워주지 않아 화재잔재를 직접 치우고 있는 자원활동가 모습)

 

장마철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냉장고에 있었던 식품들이 썩어가고 악취가 진동을 하고 주민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순간에도 강남구청에서는 화재잔재를 치워주지 않았지요. 집을 잃은 사람들이 마을회관 한 곳에서만 공동생활을 하기가 어려워 짓기 시작한 공동숙소도 새벽에 용역깡패를 동원해서 부수었습니다. 마을회관 3층 꼭대기에서 새벽에 들려오는 해머소리와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동댕이 쳐지는 그 모습을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었는데도 말이지요.

 

 

기억나시나요? 2011 8 12일 새벽, 강남구청에서 공동숙소를 부수었을 때, 딱 한 곳, 공부방이 될 공간만큼은 부수지 않았더군요. 그날은 방송인 김제동씨를 비롯해 시사IN이 주축이 되어 진행한 기적의 책꽂이가 공부방이 배달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구청의 폭력 속에서 위로와 사과를 건넨 사람은 강남구청장인 당신이 아닌 방송인 김제동씨였습니다.       

 

(사진 : 2011년 8월 12일, 기적의 책꽂이가 들어왔던 날)

이즈음, 공부방의 어린이, 청소년들과 당신께 드리는 편지를 썼습니다. 용역깡패가 무섭다고, 부모님을 때리지 말아달라고. 하지만 당신은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9 29, 또 한번의 철거가 있었지요. 마을회관 3층을 철거하고, 지지현수막을 철거한다는 조건으로 우리는 겨우 다시 집을 짓고 2011 12월 추운 겨울, 입주식을 하고 또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 서울시가 재건마을 부지를 개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도 했고, 강남구청-서울시-재건마을 주민이 10여차례가 넘게 주거대책을 논의한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2014년 지방선거가 진행되기 이전에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요. 그래도 주민들은 끊임없이 강남구청과 서울시와 함께 대화하며 81년부터 강제이주되어 온 역사를, 30여년간 살아온 주민들의 생계대책을, 주거대책을 풀어나가고자 했습니다.

2014 6, 당신은 또 다시 강남구청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2, 당신의 임기기간에 맞춰 도시선진화담당관이라는 부서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2011년에 재건마을과 함께 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도시선진화담당관 내부에 구룡재건마을정비팀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미 구룡마을은 철거되기 시작한 시기였기에 우리는 재빨리 포이동 재건마을 지킴이라는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강남구청이 작성한 구룡·재건·달터·수정마을 관리 및 신발생 무허가건출물 단속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용역 투입인력 신체조건이 적혀 있더군요. “신장 170cm이상, 체중 65kg이상 연령 35세 이하자 5명이상 투입하여야 하며 이중 무술유단자(1단 이상) 50%이상 투입하여야 한다.”라고요. 우리는 두 번의 끔찍한 철거가 떠올랐고,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4월과 5월 재건마을에서 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사진 : 2015년 8월 26일)

용역사업자는 매일 마을을 방문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고, 심지어 욕설도 서슴지 않더군요. 오늘도 당신이 계약을 한 용역사업자는 어르신들께 욕을 한 바가지 하고 갔습니다. 분명 강남구청에서 작성한 과업지시서에는 용역근무자는 관련 법률과 이에 따른 명령, 공공복리에 어긋나는 어떠한 행위도 하여서는 아니 되며, 신의와 성실로서 근무에 임하여야 한다. 용역근무자는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혀있는데도 말이지요. 그리고 매번 강남구청 청원경찰이 용역과 동행하고 있는데, 이것은 원래 약속한 이외의 업무이지 않나요? 청원경찰의 업무는 분명 청사경비 및 방호라고 알고 있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용역대신 기다리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지난 7 17, 공부방의 공간을 작은도서관으로 설립하겠다는 신청서를 문화체육과에 냈지요. 7 20, 강남구청은 서울시로부터 가건물도 작은도서관으로 등록이 가능한지 문의했으며, 가능하다는 서울시의 답변을 바탕으로 실사를 오겠다며 약속을 했습니다. 7 29, 실사를 오겠다고 연락을 받았고 31일에 실사를 오셨지요. 그런데 문화체육과 직원 이외에도 용역팀장, 도시선진화담당관 직원, 주민센터 직원 등을 대동했더군요. 기회다 싶었는지 도서관 이외에 마을회관 사진을 찍겠다고 해서 주민들과 또 다시 갈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원래 작은도서관 등록은 신청서를 낸 후 10일 내로 처리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8월이 되어서도 답이 오지 않더군요. 8 11일이 되어서야 작은도서관으로 등록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고, 우리는 그 이유를 전화가 아닌 공문으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편으로 보내준다던 그 공문은 2주가 지나서도 도착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 이유가 너무나 궁금한데 말이에요.

 

(사진 : 2011년 8월 22일, 평화캠프 포이동 인연공부방 입방식 모습)

꼭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은 채, 하루에 몇 번씩 용역들만 찾아오고 있어요. 작은도서관 실사를 할 때는 함께 오더니, 이번에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건가요? 

두 번째 강남구청장을 역임하고 있는 신연희 구청장님 역시 잘 아시겠지만, 재건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매년 주민세를 내고 있는 주민입니다. 2005년부터 자리를 잡고 2011년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평화캠프 포이동 인연공부방도 마찬가지이고요.

4년 만에 다시금 당신께 부탁 드려요. 재건마을 주민들을 주민으로 대해주세요. 더 이상 용역깡패와 청원경찰의 막말과 욕설을 들어줄 수가 없네요. 환갑이 훌쩍 넘은 주민들이 많이 사는 마을인 것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우리는 강남구청장님이 서울시장님에게 ‘1 7천억을 강남구에 써달라고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에요. 사람으로, ‘주민으로 대해달라는, 가장 기본적인 부탁을 드립니다.

 

2015 8 26

4년전에 강남구청장님을 뵈었던 신지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