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님, 정인이의 죽음은 정인이의 탓이 아닙니다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또는 바꾼다든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인이 사건’ 아동학대 해법으로 오늘 문재인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내용입니다. 발언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관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와대에서도 다급한 해명이 있었습니다. 관례적인 사전위탁제도를 제도화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소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또 다시 아동학대를 ‘입양가정’에 한정해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아동학대는 ‘입양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입양가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2018년 아동학대 통계만 봐도 입양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는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0.2%에 그칩니다. 아동학대는 어떤 가정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그렇기에 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정인이 사건을 비롯한 아동학대 문제를 입양가정에 국한해 대답한 것이 벌써 두 번째입니다.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 사안을 굳이 입양가정의 문제로 축소시키는 건 정책 결정권자로서 매우 부적절할뿐더러, 지난 대통령 발언으로 생긴 입양가정의 상처가 채 아물기 전에 또 다시 소금을 뿌리는 격입니다.
또 다른 정인이가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입양을 취소하고 또 변경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말은 16개월 정인이의 죽음을 정인이의 잘못이라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 차례 살릴 기회를 놓쳤던 것, 지난 10월부터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도입에도 아동학대 현장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입양아동은 며칠 쓰고 바꿀 수 있는 체험상품 따위가 아닙니다. 그렇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아동학대 신고 시 대응할 전반적 체계의 개선,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기관 및 예산 확대와 같은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입니다. 아동학대 전반의 본질을 회피하기 위해 입양가정의 문제로 좁혀선 안 됩니다.
2021년 1월 18일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겸 서울시장후보
신 지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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