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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신지혜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10] 결국엔 우리가 바꾼다. 에피소드 1 _ “그런데 말이야, 공직선거 후보로 계속 출마할 거면, 결혼하는 게 좋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공직선거랑 결혼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하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 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 시간은 금방 찾아왔다. 처음으로 출마했을 때, 상가 곳곳을 돌며 명함을 뿌리면서 들었던 최초의 질문이자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그런데 결혼은?’이거였으니 말이다. ‘공직후보자’ 위치에서는 결혼했냐는 질문에 한 표가 아쉬워 ‘결혼 생각 없어요’ 대신 ‘아.직.이.요’ 웃으며 대답하면, ‘어휴~ 정치하기 전에 결혼부터 해야지’ 하는 답이 돌아왔다. 정치는 성인이 하는 거고, 결혼해야 성인이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당시 고양시에서 최연소 후보였기 때문에 최연소 후보라 결혼했냐는 질문을 받..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9] 직장을 관두고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2018년 12월, 8년차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일이 지겨워서는 아니고, 관계 어려움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정치하려고, 애정하던 직장을 떠났다. ‘시민’의 영역에서 하던 정치에서 전업 ‘정치인’으로 정치에 집중하려고 말이다.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던 노랫말 ‘쥐꼬리만한 월급’마저도 보장되지 않는 삶을 시작한 것이다. 이 때 아니면, 언제 도전을 해보겠느냐고. 실업급여마저 끝나버린 2019년 여름, ‘기본소득당’을 창당하기로 뜨거운 결정을 하면서도 오히려 머리는 차가워졌다. 모두 창당을 위한 자금을 내놓기로 했으니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야 했다. 퇴직금 까먹고 살 수 있는 시간도 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린 밀레니얼 시대에 맞는 정당 만든다고 젊음의 거리 홍대입구역 근처 사무실을 구한 것도 생활엔 .. 더보기
[후원회 안내] 기본소득 만들 사람, 신지혜를 후원해주세요. 출마선언을 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하고 하고 10여일이 지나서야 예비후보등록을 마쳤거든요. 선관위에는 ‘열심히 기탁금 모으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었어요. 이제 후보등록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기탁금 1,200만원과 지역주민들께 보내드릴 공보물, 동마다 걸어야할 현수막, 거리에 붙을 선거벽보 등 최소한의 선거운동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의 실현을 앞당기고 싶으신 분들, 이제는 불평등을 없애야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또 21대국회에서는 세대교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후원회장은 저와 지난 몇년간 고양시에서 인연을 맺고 있는 김경윤작가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기본소득과 신지혜를 지지하는 마음에 따뜻한 ..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8] 재난이 바꿔버린 일상 교회 앞을 방문했어야 하는 일요일 아침 시간, 오늘 나는 침대 위에 있었다. 몸을 일으켜 마스크 세 개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새벽에 일이 끝나는 바람에 어제 미처 빨지 못한 마스크를 빨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감염증 여파로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을 했어도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첫 확진환자가 나오고 40여일이 지난 뒤 내 일상에 또 다른 할 일이 추가됐다. 일회용 마스크 쓰기를 멈추고 면마스크를 쓰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을 마스크 빠는 일로 열었다. KF80 이상 일회용 마스크를 써야 예방효과가 높다는 것을 안다. 가격이 잔뜩 오른 채로 동이 나버린 마스크를 구매할 여력은 안 되고, 한번 쓰고 버려질 마스크 양도 만만찮았다. 면마스크가 미세먼지는 완전히 못 막아도, 내 침..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7] “11살 될 때까지 지혜이모랑 놀거야”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들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포이동 재건마을에 있는 공부방을 운영할 때 몸으로 배우기도 했다. 포이동 재건마을에 화재가 났을 때는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이전에 활동했던 교사와 동료시민들의 힘이 없었더라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화재 경험으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나는 온 마을이 되어주고픈 아이가 있다. 태어난 지 10개월이 채 되지 않아 만났던 아이, 효준이는 직장동료 은희언니의 아들이었다. 육아휴직 중이던 언니는 깨어있는 모든 시간동안 아이 돌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일도 다시 시작해야하니 맡길 어린이집을 찾아볼까 했지만, 불안함이 몰려왔다. 뉴스에는 어린이집 학대 소식이 연일 보도되는데, 말도 못하는 아이가 ..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6] 남편 대신 고양이와 산다. “어떻게 고양이를 키우게 되셨어요?” 내 일상에 고양이가 가득차고 난 뒤 새로운 질문을 받게 됐다. ‘늦게 퇴근하기도 하고, 내 한 몸 거두기도 어려워서 집에 누군가를 들일 생각이 없다’고 늘 주변에 설명하고 다녔다. 그러니 평소 나를 알고 지낸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나 궁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고양이 입양은 정말 별안간 내가 해버린 결정이었다. 국민임대주택에 당첨된 게 2018년 10월, 그런데 입주는 2019년 7월 이후에야 가능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새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국민임대주택에 당첨된 이후 삶이 급속도로 변했다. 2018년 말, 8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뒀다. 대학생일 때부터 발달장애인 만나는 자원활동 하다가 대학졸업 후 직장으로 일하던 곳이었다. 고민과 숙고 끝에 일을 ..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5] ‘이사’와 결별할 수 있을까? ‘어? 고양시 국민임대주택 공고가 떴네?’ 매일 들여다보는 LH청약센터어플에서 ‘고양’이라는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주변보다 저렴하게 무엇보다 이사안하고 오래 살 수 있는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런 집은 국민임대주택 밖에 없었다. 재산도 없고, 소득도 적으니 신청자격은 충분했다. 문제는 고양시 공고가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싸고 오래살 수 있는 집은 모두의 꿈이니 경쟁률이 치열했다.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은 고양시에 있는 국민임대주택에 지원하는 것이었다. 2년 집계약이 또 끝나가고 있는 여름이었다. 삐질삐질 새어나오는 땀처럼 언제 집주인의 연락이 올까 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계약 만료 3개월을 앞두고 발견한 고양시 국민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가 더없..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4] 불편한 따뜻한 물 대신 맘 편한 찬물 샤워 2011년 6월 12일, 여전히 그 날 받았던 전화 너머 다급함이 기억난다. 마을에 불이 났다는 믿기지 않은 전화였다. 하던 일을 멈추고 택시를 잡아타 마을로 향했다. 대학 졸업하고 자원활동 했던 단체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됐다. 담당했던 자원활동팀 중 하나가 포이동 인연공부방이었다. 공부방은 강남 판자촌 마을에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 작은 불씨도 마을 전체를 태워버릴 만큼 위협적인 곳이었다. 그런 곳에 불이 났다니. 택시 안에서도 안절부절, 좀처럼 진정이 되질 않았다. 화재는 심각했다. 96가구 중 75가구 전소. 공부방 학생 중 10명이 집을 잃었다. 꺼지지 않는 불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다 몇 시간이 지났다. 누구 하나 붙잡는 이가 없는데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3] “신지혜 선생님,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2020.02.12 “신지혜 선생님, 저는 경찰이 되고 싶어요.” ‘선생님’이라는 낯선 호칭에 점점 익숙해질 무렵이었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도 아닌 ‘인연맺기학교’의 선생님. 대학 입학 후 장애어린이를 토요일마다 만나는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생도 됐는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가족 중에 장애인도 많으니 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이랑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 합쳐져 자원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인연맺기학교에서 나는 ‘선생님’이라 불렸다. 매주 토요일 세 시간, 발달장애가 있는 내 짝꿍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색종이 자르는 것을 좋아하는지,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지 춤추는 걸 좋아하..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2] 정치적인 학교가 어때서? 2020.02.09. 정치적인 학교가 어때서? “자자, 소리 잘 들리죠? 왼쪽 사설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왼쪽 신문사는....” 고3이 되고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교실스피커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수능과 논술준비에 도움 되라고 두 신문사 사설을 비교해 읽는 시간이 생겼다. 0교시가 폐지됐지만 고3이라 수능시작시간에 맞춰 등교하는 연습을 하자며 등교하는 시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0교시 수업 대신 신문을 읽고, 전교생이 함께 사설을 비교하며 읽기 시작했다. “자, 같은 주제인데도 두 사설 입장이 다르죠. 오른쪽 신문사 사설 주제는 보유세 강화인데요, 논리구조를 보면...” 고3 월요병이 흐릿해졌다. 월요일마다 어떤 주..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1] 내 기억 속 첫 번째 집 “지혜야, 네가 무슨 초등학교 다섯 개나 다녔노. 네 개 아이가?” 명절이라 모처럼 만난 엄마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날 보며 말했다. 며칠 전 국회 정론관에서 했던 국회의원 출마 기자회견 이야기였다. 사촌동생이 TV 뉴스채널에서 출마 선언한 내 모습을 보고 동영상을 찾았고, 외할머니와 외가 친척들에게 돌아가면서 동영상을 보여준 탓에 엄마도 출마선언 영상을 본 뒤였다. 블로그에 버젓이 등록된 출마선언에 똑똑히 적혀 있는 ‘열여섯 번 이사’와 ‘다섯 개 초등학교’에 관한 이력을 엄마가 내게 묻고 있었다. 무엇이 진실일지 궁금해 하는 친척들의 눈빛이 엄마와 내게 집중되었다. 자연스레 부산에서 다닌 초등학교 이야기가 시작됐다. “엄마, 내가 하단초등학교 입학했는데, 2학기에는 괴정초등학교로 전학 갔.. 더보기
[신지혜의 정치에세이] 어느 날 정치가 찾아왔다. “대단하세요!”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정치한다’ 대답하면 자주 들었던 말입니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모두가 다 알고 있을 텐데도 새로운 종을 발견한 듯 질문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분들이 늘 있었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들은 만날 일도 없었기에 ‘나 정치합니다’ 말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으니 신기해할 만도 합니다. 며칠 전에 만난 아흔이 넘은 외할머니도 손녀가 TV에 나와 출마 선언하는 손녀를 본 뒤 한참을 저를 대견하고 신기하게 쳐다보셨으니까요. 대화를 더 나눌 시간이 있는 사람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어떻게 정치를 시작하셨나요?” 이 질문을 듣는 순간은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출마 선언을 했을 때도, 기본소득당 창당으로 인터뷰를 할 때도 정치의 시작을 궁금해하시.. 더보기